노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시간은 오후 1시30분. 29일 오후 현재까지는 청와대 버스를 이용해 고속도로를 타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며 경호 차량 및 경찰 오토바이가 버스를 에스코트한다. 노 전 대통령측은 이날 오전까지 화장실이 설치된 버스로 이동하기로 검찰과 협의했지만 경찰이 경호 문제로 KTX 이용을 요청해 차편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다섯 시간이 넘는 차량 이동을 거쳐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 도착하면 노 전 대통령은 본관 앞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잠시 서서 취재진에게 심경을 전한 뒤 대검 사무국장의 안내를 받아 이번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이인규 중수부장의 사무실에 들르게 된다.
이 부장과 차를 한 잔 마시며 조사와 관련한 안내를 받은 뒤에는 곧바로 1120호 특별조사실로 자리를 옮겨 조사를 받기 시작한다. 조사실 옆에는 대기실이 따로 마련돼 문재인·전해철 변호사와 김경수 비서관 등 4~5명이 노 전 대통령을 수행한다. 특별조사실에서는 우병우 중수1과장이 전체 조사를 총괄하고 수사 검사가 혐의별로 돌아가면서 배석해 조사를 진행한다.
노 전 대통령쪽에서는 문 변호사가 사건 전반을 담당하며 입회하되 '500만 달러'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때는 전 변호사가 조사실에 들어간다. 오후 내내 미리 마련된 200여개의 질문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진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노 전 대통령측에 건넨 100만달러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송금한 500만달러가 조사의 핵심이다. 여기에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을 빼돌리는 과정을 노 전 대통령이 지시했거나 알고 있었는지도 포함된다. 중간에 노 전 대통령이 요청하거나 혐의별 조사가 끝나면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노 전 대통령은 4시간 정도 집중 조사를 받고 나서 오후 6시께에는 대기실에서 수행 참모들과 설렁탕이나 곰탕으로 저녁식사를 한다. 검찰은 안전을 위해 직원과 경호 담당을 식당으로 보내 직접 대검 청사로 식사를 가져올 계획이다.
검찰은 식사가 끝나면 남은 시간을 감안해 조사를 곧바로 이어간다. 검찰은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대질신문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어서 노 전 대통령이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밤늦게 대질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을 예우한다는 차원에서 최대한 빨리 조사를 마치려 하고 있지만 신속한 조사보다는 철저한 수사가 먼저라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노 전 대통령을 두 번 부르기도 어렵기 때문에 검찰이 두고있는 혐의에 부합하는 진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사실상 대질신문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자정 이전에 조사가 마무리되기는 어려운데다 마지막에는 노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꼼꼼히 읽은 뒤 서명 날인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까지 조사가 이어질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이 자정을 넘겨 심야 조사를 요청하면 이에 응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오후 10시 이후로 조사가 넘어가면 노 전 대통령의 동의를 받을 계획이다. 취재진의 질문을 뒤로 하고 대검 청사를 떠나면 노 전 대통령은 또다시 봉하마을로 가는 '장거리 귀갓길'에 오르게 된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에 쏠려있는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노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기 시작해 귀가할 때까지 네 차례에 걸쳐 브리핑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