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악몽의 '0패'로 끝나자 내년 지방선거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과 함께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당내에 확산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안상수 인천시장 측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민심 가늠자 격인 수도권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담한 패배를 맞으면서 '먹구름'이 드리워진 모습이다.
경기 시흥시장과 인천 부평을 선거전에는 김 지사와 안 시장 측의 조직이 가동됐다. 광역단체장 신분으로 내놓고 지원할 수는 없었지만 소속 한나라당 지원 차원에서 자신의 측근들을 선거 캠프에 보내 실질적인 선거운동을 도와준 것. 그러나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거 결과, 예상치 못한 참패로 드러나자 지역 '맹주'인 이들은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동안 이들에게 부여된 '현역 프리미엄'도 사그라지는 모습이다.
전국 민심의 축소판인 인천 부평을 재선거. 안상수 시장과 인연이 있는 강범석 전 시장 비서실장이 부평을에서 초박빙 선거전을 지휘했으나 판세를 뒤엎지 못했다. 개표 결과 민주당 홍영표 후보가 49.5%, 자당 이재훈 후보가 39.1%를 얻어 오히려 여론조사 결과보다 더 벌어졌다.
한 당직자는 "안상수 시장이 송도·청라·영종 등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으나 돌아선 민심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번 재선거로 인해 취약지역인 '북부권 도미노'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 시장이 정무부시장으로 임명한 천명수 후보가 끝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도 부담이다.
시흥시장 보궐선거 패배도 내년 경기도지사 선거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졌다. 시흥시장 선거는 후보 자체가 김문수 지사의 측근 중 최측근인 데다 김 지사를 보고 공천할 정도로 김 지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김 지사의 측근인 차명진 의원이 사실상 '사령탑' 역할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후보가 내세운 그린벨트 해제 등의 주요 공약이 김 지사의 도정 핵심 현안과 맞물리는 점 등을 고려할 때 'MB 정권의 실정 심판은 곧 MS 도정 평가로 직결된다'는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에 따라 차기 지방선거 재출마냐, 아니면 대선이냐를 두고 고심 중인 김문수 사단에 이번 선거가 주는 교훈은 그래서 더욱 쓰기만 한 것이다. 현 광역단체장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경우 승리할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일면서 수도권 광역단체장 공천을 둘러싼 '물갈이론'에서부터 '재신임론'까지 제기되고, 후보군의 하마평도 무성해지고 있다.
중앙당 관계자는 "이번 참패는 수도권 '빅3'로 불리는 서울·경기·인천 등 시·도지사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라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