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지위협정(SOFA) 개정 협상이 늦어지고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96년말 중단된 SOFA 개정협상을 당초 지난달중 재개한다는방침이었으나 3일 현재까지 협상일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미국측 협상 개정안에 대한 검토작업과 관계부처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협상안이 확정되면 미국과 접촉, 협상을 시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지난 5월말 미국이 전달한 협상안 중 이해가 안되는 모호한 부분이나 과거와 입장이 바뀐 부분에 대해 지난달 30일 미국측 관계자를 불러 설명을 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해 협상이 당장 시작되기는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협상 지연은 협상대상을 형사재판관할권 문제에 국한하려는 미국의 소극적 태도와 전면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주장 사이에서 정부가 어떤 협상전략을 구사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다른 나라의 주둔군 지위협정에 비교해 불평등하지 않도록필요한 모든 분야를 협상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한동(李漢東) 총리는 1일 KBS 1TV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 "SOFA는 애초부터 불평등한 협정"이라고 규정한 뒤 "현재 형확정 이후로 돼 있는 미군 피의자 신병인도 시기를 기소단계로 앞당기고, 미군 주둔지역을 환경범죄 영향권에 포함시키는 한편 미군내 한국인 근로자에 대해 한국 노동법을 적용시키는 등 세가지만은 꼭관철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장관도 최근 "미군 피의자의 신병인도 시기를 앞당기고환경조항을 신설하는 문제들을 우선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해개정협상을 형사재판관할권 문제에 국한시킬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외교부는 미국이 지난 5월 31일 전달한 협상안이 형사재판관할권 문제에 국한돼있는 것과 관련, 해결이 시급한 형사재판관할권 문제를 우선 논의해 실마리를 찾은뒤 협상대상을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법원 확정판결 이후'로 규정돼 있는 미군 피의자의 신병인도 시기를 일본처럼 검찰기소 시점으로 앞당기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경미한사건에 대한 재판관할권 포기, 피의자 대질신문권 보장 등 매우 까다로운 조건들을내걸고 있어 형사재판관할권 문제조차도 해결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경미한 사건에 대한 재판관할권 포기는 '주권'에 관한 문제로 한국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51년 처음 체결된 SOFA는 지난 91년 개정 당시 '상호주의' 원칙하에 손질됐으나 합의의사록과 개정양해사항 등 2개 부속문서가 본협정의 효력을 크게 제한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불평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SOFA에는 환경오염 제거비용 부담, 환경정보 공개 등 엄격한 환경관련 규정을 두고 있는 미국과 유럽국가들간의 협정과는 달리 아예 '환경'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조항이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 미군기지내 한국인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최소한 70일 동안 금지하는 등미군과 계약을 맺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규정과 관세 면제 및 검역 관련 조항들도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미국측은 포괄적 개정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3월 방한했던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은 "너무 광범위하게 다루려고 할 경우 해결이 어렵기때문에 개정취지에 맞게 효과적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말한 바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