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부천시청 대강당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정치권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의사가 무시된채 일방적으로 추진돼 오히려 지방자치권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경제 위기 등 시대적 상황 변화와 맞물려 정치적 논리에 따른 행정체제 개편은 지방자치제도의 취지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13일 부천시청 대강당에서 충북대 강형기 교수의 사회로 류홍번 안산YMCA 사무총장, 박완기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사무처장, 이효선 광명시장, 안시헌 시흥시의회 의장, 이영우 김포시의회 의장, 채원호 가톨릭대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방행정체제 개편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 동향과 바람직한 개편 방향'이란 주제로 기조 발표에 나선 김익식 경기대교수는 "최근 정치권에서 추진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시도는 추진 시점과 방식, 추진방향 등에서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의사를 무시, 우려되는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현행 230개 기초단체를 50~70개로 통합할 경우 이에 따른 예산절감 효과는 단기적으로 나타날 뿐"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기초단체 수준의 주민자치가 소멸되어 지방자치제를 도입한 취지가 상실될 위험이 크고 지방행정 역량은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광역자치단체를 폐지할 경우 중앙집권체제로 되돌아갈 위험성이 높고, 중앙과 지방의 갈등을 완충하고 지방 상호간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메카니즘이 소멸되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바람직한 행정체제 개편 방향에 대해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현행 2계층(광역-기초)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행정구역의 규모는 '광역은 확대', '기초는 통폐합'하되 양자간 기능 중복을 해소하는 한편 행정기능의 합리적 재분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패널로 나선 류홍번 사무총장은 "삶의 터전이 바뀌고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있는 행정체제 개편은 주민 위주로 이뤄져야 하고 주민자치 권한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정치권의 개편안은 지나치게 시·군간 경계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주민들의 권한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편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효선 광명시장도 "기초단체의 범위가 확장되면 민의 수렴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한 자치단체안에서 인구가 적은 지역의 출신이 자치단체장을 할 수 없다"며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시급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정수부터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시헌 시흥시의회 의장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앞서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는 권한을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하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정치적인 잣대로 인위적인 개편을 추진할 경우 지역발전 저해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관련,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첫 시간으로 부천시와 광명시·김포시·시흥시·안산시 등 도내 서부지역 5개 시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