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는 최근 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에서 '이상없다'는 진단을 내렸고, 시공사와 감리단측은 육안 점검만 실시했던 것으로 드러나 허술한 점검이 사고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 사고발생=18일 오전 7시15분께 화성시 남양 1택지개발지구내 터널공사장 옆 절개면 2천800㎡(높이 40m, 폭 70m)가 무너져 내려 터널 구조물 거푸집 작업을 하던 인부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권태원(55·중국동포·인천시 용현동)씨와 최재문(59·안산시 사동)씨, 김복회(58·안산시 고잔동)씨 등 인부 3명이 매몰돼 모두 숨진채 발견됐다.
토목기사 전현영(26)씨는 사고 발생 35분만에 대퇴부 골절상을 입은채 구조돼 분당 차병원으로 옮겨졌고, 다른 인부 4명은 경상을 입어 동수원남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매몰 당시 인부들은 철근 구조물에 올라가 안전벨트를 연결한 채 작업중이어서 구조대가 시신을 발견해도 철근과 엉켜있거나 많이 훼손돼 발굴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 현장은 높이 60m에 이르는 야산을 절개해 생긴 아랫부분 공간에 구조물로 터널을 만들어 흙을 덮는 개착형 터널공사(왕복4차로, 길이 240m) 현장으로 지난 1월에 착공, 현재 50%정도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빗물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현장 인부들과 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 人災?=시공사측과 감리단은 일단 지난 15일부터 내린 비로 지반이 약화돼 붕괴가 일어났다고 추정하고 있으나 현장에 투입된 전문가들은 비로 인한 붕괴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지질이 비교적 약한 풍화암이 겉으로 돌출돼 있어, 낙석 우려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했다"며 "감리단도 육안으로 안전진단을 했다지만 서류로 근거를 남기지 않았던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2월과 3월 화성시와 도소방재난본부가 차례로 해빙기 점검을 벌였으나 이번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시는 당시 '이상없음' 판정을 했고, 소방재난본부는 '절개면 낙석 우려가 있으니 낙석안전망을 설치하고 균열이 우려되는 상층부 토사를 제거하라'고 지적, 3월초께 조치됐다. 그러나 이들 기관의 점검은 설계도면대로 시공됐는지 여부를 따지는 '서류상' 안전점검일 뿐이어서 지질의 풍화 여부나 낙석 가능성 등을 확인하는 실질적 점검은 아니었다는 게 관계 기관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