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수원시내 한 소방서의 소방용 피복 건조·탈취기가 사실상 옷걸이 기능만 한 채 방치되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경기도내 일선 소방서가 제조된지 5~6년이 지난 인명구조 경보기를 대량 구입해(경인일보 5월15일자 1면 보도)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소방원들의 방수복 건조를 위한 건조·탈취기도 불량품을 대량으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일선 소방서에 따르면 도내 소방서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930만~1천100만원에 달하는 소방용 피복건조 탈취기를 소방서당 1~3개씩, 모두 38개를 구입했다. 오존(O3) 방출을 통해 3시간만에 방수복 살균과 탈취, 건조 작업이 모두 이뤄진다고 명시된 이 제품들은 대부분 파주의 S업체를 통해 수의계약 형태로 조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탈취기들은 보급 당시 각 소방서에 납품한 시험성적서와는 달리 건조·탈취 기능 등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입찰 과정의 적정성 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경인일보 취재팀이 소방관이 입회한 가운데 도내 A소방서 탈취기로 물에 적신 2벌의 방수복에 대해 살균·탈취·건조 작업을 3시간에 걸쳐 시험한 결과 방수복은 내피와 소매, 상·하의 절피부분 등에서 젖은 물기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 취재진이 B소방서 탈취기를 직접 실사하는 과정에서도 방수복 3벌의 흙먼지가 제거되지 않아 사실상 옷걸이 기능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A소방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도 3시간이면 방수복 건조작업은 무리없이 진행된다"면서 "차라리 대형 세탁기로 세탁해 햇볕에 건조하는 게 훨씬 낫기 때문에 대부분 방치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각 소방서 물품구매 담당자들은 "일상적인 살균·탈취·건조 작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만큼 별다른 불편을 못 느낀다"는 입장이다. 도내 C소방서 관계자는 "비가 많이 오는 날이나 겨울을 중심으로 탈취기가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단순 기능의 탈취기를 1대당 무려 1천여만원씩 주고 동일업체 제품을 구매한 것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소방서는 이같은 문제점을 알면서도 S업체에 탈취기를 수의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특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