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2가 D고시텔. 3층 규모 고시텔 정문 앞엔 '입실 문의' 연락처가 나붙어있고, 건물 왼쪽엔 공동건물 쓰레기 분리수거통도 3개가 구비돼 있다. 출입문은 비밀번호 입력기가 달려 있어 내부 전체를 확인할 순 없지만 공동신발장과 수십여켤레의 신발들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등 영락없는 '고시원' 건물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건축물대장상 대중음식점(지하)과 노래연습장(1층), 여관(2~4층)으로 등록돼 있는 상업시설이다.

고시텔에서 2개월째 살고 있다는 김모(21·여)씨는 "창문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한달 평균 30만원선으로, 작은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다"고 내부 생활을 전했다.

50여m 인근 또 다른 9층 규모 D리빙텔. 1층 필로티 엘리베이터 오른쪽에 쓰레기 분리수거통이 설치돼 있고, 왼쪽 36가구 우편함에는 우편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10여가구 우편함에는 지난달말~이달초 전기수급계약이 해지됐다는 단전 통고가 나붙어 있다. 그러나 이 건물 역시 건축물대장에는 2~9층까지 모두 43실 규모의 숙박시설(여관)로 등록돼 있고, 지난해 6월부터 지난 1월까지는 아기를 낳는 '조산소'로 운영돼 왔던 것으로 기재돼 있다.

수원 매산로2가 일대 여관들의 편법 용도변경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여관 건물에서 취사행위 등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소화·피난·경보 등 소방시설 기준을 제대로 준용하지 않거나 주차장 설치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채 영업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D고시텔의 경우 건물 오른쪽에 쓰다남은 건축 자재들이 적재돼 있었으며, D리빙텔도 36가구가 사는 다가구 공동거주 건물임에도 주차면은 10여면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는 현황 파악은 커녕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오히려 난립중인 '불법 원룸 증·개축' 시정·단속과 고발조치 업무에도 행정력이 모자란다고 토로하고 있다.

팔달구청 관계자는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 설비 및 시설 기준이 현재는 삭제돼 딱히 단속할 근거가 없다"면서 "특히 고시원이나 숙박시설내 취사 행위 등도 권장사항은 아니지만 현 규정에 저촉되지 않아 무방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갈태웅·송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