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후계농업경영인(이하 후계농)에게 저금리로 융자해주는 영농자금이 직장인 등 비영농인들에게도 지원된 사실이 드러났다. 젊은 농업인들의 영농의욕을 부추기고 농업경쟁력을 높이는데 쓰여야 할 정부 예산이 쌀소득 직불금과 마찬가지로 '눈먼 돈'으로 전락한 것이다. ┃관련기사 4면

감사원이 16일 한나라당 정해걸(경북 군위·의성·청송)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2007년 3년간 후계농으로 선정된 6천713명 중 219명이 농업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채 후계농으로 선정됐거나, 선정된 이후 영농자금을 지원받은 뒤 다른 직업을 가져 농외소득을 올리는 등 '짝퉁' 후계농으로 활동하다 적발됐다.

219명에게 부당 대출·지원된 금액은 총 122억8천200만원(평균 5천608만원)이었으며, 금리 3%에 5년 거치 10년 균등분할상환의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1981년부터 '후계농업경영인 제도'를 시행, 지난 2007년까지 13만849명의 후계농이 선정된 것을 감안하면 '짝퉁 후계농'은 약 2천명, 부당 대출·지원 금액은 약 1천억원 이상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주무부서인 농림부는 이같이 '짝퉁 후계농'이 만연해 있는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실제 농림부는 지난해 12월26일 감사원이 이같은 사실을 적발해 통보한 이후에야 뒤늦게 관련 지침을 개정하는 등 '뒷북 행정'을 했다.

경기도의 경우 총 17명이 부적절하게 후계농으로 선정돼 영농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6명은 선정 당시 농업 외에 다른 직업을 겸직하고 있었고, 11명은 대출금을 지원받은 뒤 다른 직업을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정해걸 의원은 "최근 개정된 '쌀소득 등 보전에 관한 법'에서는 실경작 확인을 강화하기 위해 읍·면·동에 '심사위원회'를 설치했다"며 "창업농업경영인사업과 관련해서도 유사조직을 설치, 선정자의 경작시간 등을 확인해 농업에 전업하는지 등을 파악토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