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간 지 20일로 한 달이 되지만 해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는 그동안 노조측이 파업하고 사측이 직장폐쇄로 대응,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 지속되면서 공권력 투입과 노-노 충돌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공멸은 안된다'는 인식하에 큰 고비를 넘긴 뒤 대화를 재개했다.

   양측의 현격한 입장 차이로 현재로선 전망이 밝지 않지만 노사가 18일 탐색전에 이어 19일부터 쟁점에 대해 본격 협상에 나선 만큼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최악 노노충돌 고비는 넘겼는데.. = 사측은 지난달 8일 2천646명의 구조조정안을 노동부에 제출하고 31일 평택공장을 '직장폐쇄'했다.

   21일 노조가 '옥쇄파업'에 들어가자 강수를 둔 것이다. 지난 2일에는 정리해고 대상 1천112명의 명단을 우편으로 통보했다.

   하루 뒤인 3일에는 이유일.박영태 공동법정관리인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8일 이후 공권력 요청을 뜻하는 합법적 수단을 통해 (노조가 점거 중인 평택사업장에) 퇴거명령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혀 긴장감이 고조됐다.

   사측은 이어 공장 가동이 필요하다며 남아 있는 직원들이 공장안으로 들어가는 정상 출근 의사를 밝혔고 노조는 이에 출입문을 봉쇄하고 쇠파이프와 헬멧 등으로 무장한 채 맞대응, 최악의 노-노 충돌이 우려되는 아슬아슬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후 사측은 공장진입을 유보하며 노측에 대화를 제안했고 노측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파업 이후 처음으로 18일 노사가 얼굴을 맞대고 앉아 국면 전환의 기대감을 높였다.

   ◇ 양측 입장차 '현격'..평행선 = 노사는 지난달 21일과 지난 5일 두 차례에 걸쳐 정치권과 지자체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노사정 협의를 가졌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노조는 정리해고 대신 일자리 나누기와 무급휴직 등의 방안으로 인건비를 줄여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쌍용차사태는 이른바 '먹튀 논란'과 관련해 회사를 중국에 매각하도록 한 정부 책임도 크기 때문에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사측은 정리해고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맞서고 있다.

   이유일 공동 법정관리인은 지난 10일 한나라당이 마련한 당정회의에 참석해 "2천646명을 정리하지 않으면 회생이 불가능하다"며 정리해고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노조가 주장하는 인건비 담보대출과 무급휴무는 비현실적인 것이며,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도 시행되면 임금삭감 비율이 최대 40%에 달해 이같은 임금 손실을 장기간 이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노조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사는 19일 쟁점에 대한 본격 협상에 나섰지만 입장차만 재확인하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측은 그러나 이날 "2천646명 정리해고안에 대해 숫자를 얘기하지 않고 추가적인 방안을 제시했는데 노조의 기대에 못 미쳤던 같다"고 했고, 노측은 "한 발도 전진하지 않았다. 사측에서 입장 변화가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다"고 협의 결과를 짧게 밝혔다.
◇ 생산손실.지역경제 타격..'양보, 타협' 목소리 커져 = 생산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사측은 노조가 부분파업을 시작한 지난 4월 24일부터 지난 15일까지 모두 5천849대의 차량을 만들지 못해 1천280여억원의 생산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6월말까지 생산이 중단되면 계약이 이뤄졌는데도 출고되지 못하는 차량이 내수 4천500대, 수출 3천800대 등 8천300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사측은 5월 21일 파업 이후 생산이 멈춰 6월 들어 8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 사태가 지속되면 쌍용차가 9월 15일까지 법원에 제출하게 돼 있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지도 못한 채 현금 유동성 부족으로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직격탄을 맞은 협력업체를 비롯해 각계에서 노사간 대화 중재에 나서고 대책위를 꾸려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양보와 타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