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17만명이나 쌀소득 보전 직불금을 타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 아직 잊혀지지도 않았다. 이 가운데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 등 공직자만 4만명이 넘어 아직도 이들이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어업을 하지도 않으면서 보상을 노리고 어민 행세를 한 사회 지도층들이 경찰에 적발되거나 조사중에 있다고 한다.

인천해양경찰서가 최근 인천항만 개발에 따른 어민 보상금을 타낼 목적으로 1t 소형 어선을 구입, 마치 선장을 고용하여 어업에 종사하는 것처럼 위장한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일대 부유층과 의사·공무원이 낀 가짜어민 30여명을 검거했다고 한다. 나머지 200여명은 공무집행방해, 수산업법 위반 등 이들과 같은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어 가짜어민으로 드러나는 사람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가짜 어민들은 2006년 이후 인천항 인근과 경인운하 등의 개발이 가시화되자 브로커들을 통해 어선을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가 이를 고가에 팔아 시세 차익을 노렸다고 한다.

브로커들의 수법은 개발을 위한 공유수면 매립 시 어민들에게 신도시 주거용지는 165㎡, 상업용지는 33㎡씩을 보상목적으로 지급해준 것을 사례로 부유층을 대상으로 투자를 권유하는 것이었다. 브로커들의 사탕발림을 믿고 투자에 나선 가짜 어민들 중에는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일대 부유층과 의사·공무원들이 또 끼어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시세보다 2~3배 비싼 1억원 이상의 소형 어선을 매입한 후 어업활동은 하지 않고 소래·월곶포구 등에 정박시켜 놓았다. 대신 연간 60회 이상 출항 실적을 편법으로 만들어 주는 대가로 브로커들에게 척당 300만원씩의 사례비를 지급해왔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인 농민들에게 위장농사를 짓게 한 뒤 직불금을 타낸 데 이어 이제는 영세 어민처럼 행세하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해양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만큼 허위로 보상을 노린 공직자나 사회 지도층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고위 공직자의 경우에는 명단 공개와 함께 해임 등 엄격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이번 기회에 보상이 이뤄진 사람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재조사를 통해 이같은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를 근절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