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향남면 하길리 향남2택지개발지구 일대에 각종 폐기물이 널부러져 있다고 한다. 토지기반조성공사 현장인 이 곳에는 폐벽돌과 비닐 등 옛 주택들의 철거 잔해가 곳곳에 널려 있고, 심지어 일부 흙바닥 속에 깨진 슬레이트 조각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는 것이다. 깨진 슬레이트 조각들은 특히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된 것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로 화성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이 지역의 고형시료, 토양 등을 샘플 채취해 관계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농도가 8~15%에 달하는 백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용금지 석면 제품 기준농도 0.1%나, 고형 석면폐기물 농도 1%보다 무려 150배나 넘는 수치인데다 각섬석 계열 석면인 트레몰라이트도 일부 추출됐다고 한다. 트레몰라이트는 석면의 한 가지로 폐의 벽면을 쉽게 찌르는 섬유처럼 날카로운 바늘로 이루어져 있어서 특히 파괴적이다. 폐는 이처럼 작은 가시들은 기침으로도 내보내지 못하고 혈액에 의해서 폐조직 밖으로 씻어내지도 못한다.

결국 석면증 등을 유발, 폐나 장기가 더 이상 효과적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무서운 물질임에도 그대로 방치한다면 공사장 인부나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향남 2지구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지난해 9월께부터 폐건축물 처리가 진행됐지만 슬레이트 등을 별도로 분류·처리하거나 방진막 또는 방진복을 입은 인부들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각종 지장물 철거과정에서부터 유해물질들은 관련 법규에 따라 철거돼야 마땅함에도 처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석면에 관한 문제는 더욱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사업시행자인 토지공사는 일부 슬레이트 조각은 남아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이 다른 업자나 인근 주민들이 내다버린 것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책임회피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현재 모든 석면의 사용을 금지한 상태로 석면물질의 위해성은 두 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다. 오는 2011년이면 1만8천 가구나 입주하게 될 이 지역에 대해 정확한 오염도 조사 및 정화작업을 통해 또다른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