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한 '바바리맨'이 하루 차이로 실형을 모면했다. 집행유예기간은 '판결 확정일 다음날'이 아닌 '판결 확정일'부터 계산돼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2008년 6월5일 성남시 분당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바지를 내리고 자위행위를 한 혐의(공연음란)로 기소된 이모(55)씨는 올초 1심에서 징역 4월의 실형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씨가 2007년 6월 2일에도 공연음란죄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음에도 집유기간 중 재범함에 따라 더이상의 집행유예가 불가능해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3부(재판장·오기두 부장판사)는 지난 6월 2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씨에 대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집행유예기간은 형이 확정된 판결일(2007년 6월2일)부터 시작된 것으로 2년뒤인 2009년 6월1일 만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집행유예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종전 범행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노력하고 있는 점과 이미 4개월여 구금됐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수원지법 신우정 공보판사는 "이번 판결은 집행유예기간의 기산점에 관한 판결로, 집유기간은 판결 확정일 다음날이 아닌 판결확정일부터 기산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 그동안 이 부분에 대한 선례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