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쌍용차가 법정관리 신청 당시 보다 회생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자, 시민들은 "(쌍용차가 파산하면)모두 망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 하고 있다. 노조의 옥쇄파업 45일째인 5일 둘러본 평택 실물경제현장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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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지난해 12월 임금체불을 결정할때만 해도 지역 상인들은 금방 해결될 문제로 여겼다. 대마불사라고 설마 쌍용차가 문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쌍용차 직원들의 월급이 4월 부터는 아예 지급이 중단되면서 평택시 자영업자들은 지금 한계상황에 몰려있다. 평택에 거주하는 쌍용차 직원은 전체 7천400여명 가운데 4천500여명, 쌍용차 협력업체 직원은 5천500여명으로 모두 1만여명에 이른다.
쌍용차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350여만원. 이들의 지출도 일반서민과 마찬가지로 자녀교육비, 외식비, 아파트 부금, 보험료, 적금 등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쌍용차 직원들의 봉급이 끊기면서 식당, 술집, 학원, 의류 상가 등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수강생 대부분이 쌍용차 직원인 비전동 소재 한 외국어 학원은 전체 성인 수강생 150여명 가운데 70여명이 수강을 포기했다며 울상이다. 비전동·합정동 등 평택남부지역 학원 300여곳이 비슷한 상황이다.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학원강사나 버스기사를 해고한 지도 꽤 오래됐다. 파국의 도미노 현상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쌍용차 직원들의 사정을 감안해 자녀들을 무상 또는 50%만 받고 가르치는 학원들이 많다"며 "더이상 버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식당, 호프집 등의 사정은 더욱 참담하다. 쌍용차 직원들이 많이 이용하는 세교동 일대 식당들은 수입이 50~60%로 줄었다. 휴·폐업 식당들도 서서히 늘고 있다. 세교동에서 복집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요즈음 이곳 식당들이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그 많던 쌍용차 직원들이 보이지 않아 너무 힘들다"고 밝혔다.
의류상가들은 "옷 한벌 팔기 힘들다"고, 합정동의 한 당구장 주인은 "하루 손님이 10명도 안돼 먹고 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처럼 평택경제는 쌍용차 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 1만여명과 그 가족 4만여명의 소비활동이 정지되면서 업종을 불문하고 생계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러다 보니 지역에선 정부나 쌍용차 노사 양쪽을 싸잡아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쌍용차를 버린자식 취급하고 있다"는 식이다. 쌍용차 노사를 향해서는 "양측이 명분쌓기 놀음에 정신이 없다", "회사가 망하면 노사 모두가 없어지는 것을 왜 모르느냐"는 식으로 노사정 모두가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모(47)씨는 "평택 대표기업인 쌍용차가 저 지경이 되면서 시민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며 "쌍용차 사태와 관련, 지역경제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