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낸 뒤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30대 커플이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부(재판장·이동철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30)씨와 애인 B(30·여)씨에 대해 원심을 깨고 A씨에게 징역 8월, B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 등은 2007년 6월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의 한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해 주행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C씨를 들이받아 전치 8주의 중상을 입혔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B씨가 운전했다"고 진술했으나 피해자 C씨는 사고 9일 뒤 "사고가 나서 쓰러져 있을 때 조수석에서 치마를 입은 여자가 내리는 것을 봤다"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가해 차량의 행적 조사에 나서 A씨가 극장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운전해 밖으로 나가는 CCTV 영상을 확보, 지난해 초 무면허 상태인 A씨를 교통사고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B씨를 범인 도피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A씨는 법정에서도 "B씨가 운전이 서툴러 극장 지하주차장 부근에서만 운전했고 이후 운전대를 넘겼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이에 1심 재판부는 "가해차량 운전자가 A씨라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가 없다"며 지하주차장 앞 20여m를 무면허로 운전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고 직후 조수석에서 여자가 달려오는 것을 봤다는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당시 정신을 잃을 정도로 다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인정된다"며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A씨가 무면허 운전도중 사고를 냈고, B씨가 범인을 도피시키고 허위 주장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