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철순 (인천본사 경제부장)
"인천에서 사업을 하고 싶은데 어떤가요?"

최근 서울에서 꽤 규모가 있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와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역시 인천으로 모아졌다. 송도국제도시, 청라, 영종, 인천대교, 송도컨벤시아, 구도심개발속도 등 3시간이 넘도록 인천 이야기가 오고갔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인천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고 돌아간 듯했다. 예전에는 분명 없던 현상이다.

필자가 인천에서 생활한 지 20년 가까이 됐다. 20년 전의 인천과 지금은 한마디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천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80년대 후반에만 하더라도 인천에 상권이 활발했던 지역은 그리 많지 않았다. 중구 신포동과 동인천, 부평역 부근, 젊은 층이 주로 모이는 주안역 일대(속칭 위너스골목), 남동구 간석동, 서구 거북시장 주변 등이 그나마 대표적인 인천의 상권이었다. 요즘 인천 최대의 상권으로 부각된 '구월동 로데오 거리'가 형성된 것은 불과 6~7년밖에 안됐다. 몇개의 식당과 관공서, 군데군데 주차장과 무, 배추밭이 혼재돼 있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군락을 형성하고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약속장소로 탈바꿈했다.

석바위 상권은 법원검찰청이 학익동으로 이전하면서 크게 달라졌지만 새롭게 태어나려고 꿈틀거리고 있다. 불이 꺼지지 않는 전성기를 누렸다가 가로등 불빛조차 희미해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는 등 2~3년의 쇠퇴기를 겪던 석바위 일대가 최근에는 다시 시장 리모델링 등을 통해 부활을 꿈꾸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천이 기회의 땅이라고 여기게 한 것은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이다. 이 프로젝트가 서서히 무르익던 2004년도부터 인천의 부동산 가격은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중산층이 모여산다는 인천 연수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105㎡(32평형)를 기준으로 3.3㎡ 당 300만~350만원을 유지했었다. 당시 인근의 부천은 500만~600만원, 서울 1천200만~1천400만원대.

지금은 송도국제도시가 1천200만원대를 넘어서고 있고, 구도심도 700만~800만원대가 됐다.

인천의 변화는 상권의 변화, 아파트 가격의 상승 등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문화의 불모지 인천에도 각종 공연, 이벤트 행사가 늘어나고 있고 그런 곳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1~2개의 상영관만을 갖추었던 극장도 이제는 10여개의 상영관을 갖추는 등 굳이 서울을 가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생겨났다. 2014년 아시안게임 이후에는 스포츠, 공연 등의 인프라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각 분야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인천이란 도시속에서 인프라에 맞는 내용물을 개발하느라 분주하다.

이런 흐름속에서 앞으로 20년 후의 인천은 어떤 모습으로 바뀔 것인지 상상하고 대처해야 한다.

민선4기 3주년을 맞은 안상수 인천시장은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자유구역 성공을 통해 우리나라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를 능가하는 허브도시가 되는 게 미래의 인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인들이 기업하기 좋고, 살기좋은 곳으로 만드는 게 경제자유구역 개발의 목표인 만큼 지금 2009년의 인천 사람들은 미래 도시를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껴야 한다.

제조업이 산업의 축을 이끌어 왔던 인천은 이제 변화를 위한 시동을 걸어야 한다. 부가가치가 높으면서도 친환경적인 산업이 부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의 산업혁명을 주도할 '녹색성장'의 패러다임을 읽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 남동공단의 처지가 애처로운 이유이다. 주변은 송도국제도시, 논현동 주거단지 등으로 바뀌고 있는데, 남동공단은 그 변화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의 각 분야 기업, 투자자 등이 인천을 성장동력의 근원지라고 판단, 속속 인천 상륙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인천인들은 그 변화의 속도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