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집중호우로 침수됐던 수원시 평동 주택가에서 주민들이 수해복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평동 주민들이 물에 잠긴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있다. /전두현기자 dhjeon@kyeongin.com
"어떻게 77㎜나 차이가 날 수 있습니까?"

이천시청 공무원 A씨는 13일 오전 각 언론사의 '12일 중부지방 폭우' 관련 보도에 어안이 벙벙했다. 12일 오후 7시까지 이천시가 측정한 평균 강수량은 226.8㎜로 집계됐지만 신문·방송에서는 하나같이 "이천에 12일 하룻동안 304.5㎜의 비가 쏟아졌다"고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전국 최고 폭우에 괜찮냐'는 지인들의 문의 전화에 종일 시달렸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12일 폭우 상황을 집계한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 상황이 '엉터리' 논란을 빚고 있다. 강수량 수치가 최대 수십㎜씩 오차가 나는가 하면 각종 피해 내역도 누락 또는 축소·확대되면서 정확한 재해대책 수립에 혼선을 빚게 했다는 지적이다.더구나 이같은 집계가 '국가안전관리정보시스템(NDMS)'이란 정부 공식 전산시스템에 의해 산출됐다는 점에서 국가 재난대비 체계 전반에도 '오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인일보가 도 재난안전대책본부의 '재난대책 상황보고(최종·오후 5시 현재)' 자료를 토대로 도내 10개 피해 시·군의 같은 시간대 강수 및 피해 내역을 직접 입수, 분석한 결과, 도내 최고 강수량을 보인 지역은 당초 304.5㎜로 알려진 이천이 아니라 302.5㎜ 강수량을 보인 수원시 장안구로 나타났다. 또, 시우량 기록도 용인시 기흥구(85.5㎜)가 성남(53.5㎜)보다 32㎜ 많았던 것으로 산출됐다.

시·군별 피해 내역도 오류 투성이였다. 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12일 오후 5시 현재 주택침수 피해가 '9개 시·군 280가구'라고 밝혔지만 같은 시간대 용인시 47가구 침수내역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화성시 등도 당일 87가구가 침수됐다고 보고했지만 도 집계에서는 18가구로 파악되는 등 피해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농경지 침수도 화성시는 당일 '1천500㏊ 침수'로 보고했지만 도 본부는 2천320㏊로 집계했고, 12일 오후 8시까지 80%가 물이 빠질 것이라고 했던 수원시 440㏊ 침수농경지는 오히려 13일 오전 8시까지 1천156㏊로 피해 규모가 3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대해 도는 '현실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강수량의 경우 도에서는 측정 장소별로 최대값을 기준치로 삼는 반면 일부 지자체는 평균값을 내기 때문에 오차가 난 것 같고, 피해내역은 실시간대 내역이 제대로 갱신되지 않은 것 같다"며 "중요한 것은 피해내역 집계보다는 위험상황 대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