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훈 (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
정부가 지난 14일 '경제자유구역의 특별지방자치단체화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경제자유구역을 별도의 행정기능을 갖춘 특별지자체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지식경제부가 경북대측과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번 연구용역은 이르면 9월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로써 한동안 밀폐용기에 갖혀있던 경제자유구역의 특별지자체 전환 논란은 다시 공론의 장으로 나오게 됐다.

여기에서 잠시 시계추를 4년전으로 돌려본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9월 정부(당시 재경부)가 '경제자유구역청 특별지자체화 방안'을 발표하자 인천이 발칵 뒤집혔다. 정부가 주도하는 특별지자체로의 전환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로 해석됐고, 시민사회에서는 '특별지자체 전환반대 100만인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한마디로 도시 전체가 들끓었다.

어쨌든 이같은 반대 여론이 반영돼 경제자유구역의 특별지자체 전환논란은 2007년 6월 지방자치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일단락됐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특별지자체 전환 논란이 차츰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이번 연구용역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지경부는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조합형태 경제청의 요구에 따라 특별지자체 전환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용역은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청 중 황해, 대구·경북, 부산·진해, 광양만 등 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4개 경제자유구역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지경부도 "(이들 4개 경제청의) 불명확한 법적 위상으로는 본연의 업무인 경제특구 개발, 외투기업 유치 촉진 등에 한계가 있다"고 특별지자체 전환 추진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인천으로서는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경부가 이번 용역의 범주를 이들 4개 경제자유구역으로 한정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별지자체 전환과 관련해 정부가 확보하고 있는 명분이나 의지로 볼 때, 인천만 제외된다는 보장을 받을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이 대목에서 향후 인천시의 대응이 주목된다. 사실 인천시가 2005년 당시처럼 정부에 대립각을 세우기에는 여러가지 부담요인이 작용한다. 그 중 하나가 당시와 확연히 달라진 정치구도다. 당시, 반대운동의 선봉에 섰던 안상수 인천시장은 야당인 한나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었던 만큼 비교적 부담없이(?) 참여정부에 맞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금 안 시장으로서는 정부에 반기를 들기가 여의치 않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특별지자체 전환 방침을 전격적으로 수용하는 것 또한 논리에 어긋난다. '특별지자체 전환은 지방분권화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정부에 맞섰던 인천시가 이제와서 정부의 방침을 수용하는 것은 자가당착이기 때문이다. 특별지자체 전환에서 인천만 제외된다 하더라도 논란의 소지는 있다. 정부 지원에서 인천이 역차별을 받을 경우,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딜레마적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인천시는 이제 이 뜨거운 감자를 요리해야 한다. 그러나 특별지자체 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2005년 당시의 상황이 재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듯 하다. 지금도 일각에서는 2005년 당시의 반대운동을 플래카드 정치, 동원정치의 산물로 바라보고 있다. 시와 의견을 달리하는 소수의 논리가 아예 묻혀버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 또다시 특별지자체 전환 문제가 인천의 이슈로 떠오른다면 이번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현주소를 점검해 보고 특별지자체 전환시의 득과 실을 명백히 규명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이 특별지자체로 전환되면 인천의 양분화를 초래, 경제자유구역의 개발 효과를 구도심지역에 흡수시켜 통합적 발전을 도모하려던 당초의 계획에 결정적 차질을 빚게 된다'는 시의 논리는 앞으로도 많은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가 담론의 장을 보장한다면 해법과 명분을 찾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