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운동기구를 납품하는 대가로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경기도내 교직원들이 경찰에 대거 적발, '도덕 불감증'이 정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이들에게 양심과 도덕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이 오히려 뇌물과 향응을 먼저 요구하고 받아왔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도내 모 초등학교 교장 A씨는 지난해 운동기구 납품 가능성을 타진하러 온 판매직원에게 "납품하게 해주면 내게 무엇을 줄 것이냐"며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이왕이면 현금으로 달라"는 '주문'까지 했던 A씨는 결국 현금 3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장 B씨는 운동기구 납품업체로부터 185만원짜리 고급 러닝머신을 자택으로 배달받아 사용했고, 모 중학교 행정실장 C씨는 현금 300만원에다 56만원 상당의 향응까지 접대받았지만 경찰에서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수사과는 21일 운동기구 구매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수뢰 등)로 도내 모 초등학교 교장 A씨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받은 돈의 액수가 적거나 수수 금품을 학교발전기금 등 공적 용도로 사용한 25명에 대해서는 소속기관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등)로 운동기구 제조업체 대표 C(49)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업체대표 C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도내 41개 학교와 관공서에 러닝머신 등을 납품하면서 담당 교직원이나 공무원에게 사례비와 홍보 청탁금 명목으로 1인당 50만~300만원씩 모두 1억1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C씨 등은 지난해 도교육청이 210개 학교에 각 3천만원의 예산을 학교 체육시설 현대화 사업에 배정, 이에 따라 운동기구 납품업체간 경쟁이 심해지자 거래처 확보를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에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뇌물을 안 주면 학교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만연한 납품비리 관행을 전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교사 등에 대해 내부 감사를 벌여 중징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교육청의 '청렴의무 위반 처리기준'은 부정한 청탁과 함께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교직원을 해임이나 파면토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