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은행원의 꽃으로 불렸던 일선 지점장 자리가 과도한 업무와 무한책
임 부여 등 급변하는 영업환경에 급속히 시들고 있다.
 11일 도내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년동안 계속된 금융권 구조조정으로 일
선 지점장의 권한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반면 책임은 늘어나면서 업무
중압감을 가장 많이 받는 자리로 전락했다.
 우선 과거에는 일정의 수신목표만 달성하면 됐으나 최근에는 은행목표가
수익성 극대화로 바뀌면서 지점장들은 여신증대는 물론 카드고객 유치, 신
상품 판매 등 다방면에서 높은 실적을 요구받고 있다.
 이로인해 예전에 지점장들은 영업점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으나 최근
에는 무한경쟁에 따라 고객 이탈방지와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세일즈맨 못
지 않게 발품을 팔아야한다.
 H은행 수원지점 부지점장은 “오전 일과는 출근과 동시에 우량기업들을
일일이 방문해 대출세일을 벌이는 일로 보내고 있다”며 “기존 주거래은행
과의 차별화와 특혜조건 등을 제시해도 신규고객을 유치하기가 쉽지않다”
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각 은행들이 지난해부터 엄격한 상향평가제를 도입, 일선 지점장
들은 뛰어난 영업실적과 함께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하는 '만능맨'으로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함께 과거에는 부실여신에 대한 책임이 크지 않았으나 최근 은행권
이 여신 건전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부실여신을 발생시킨 지점장은
대기발령이나 퇴출의 멍에를 짊어져야 하는 등 중압감에 억눌려있다.
 과거 영엄점장은 여신취급시 전결로 차주 및 보증인의 신용점수에 관계없
이 일정금액의 대출을 할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여신시스템 발달로 고객의
신용평점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본부승인 없이는 대출이 불가능한 실정이
다.
 또 경비절감 방침에 따라 판공비가 예전에 비해 크게 감소하거나 아예 없
어 영업활동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연봉제 실시로 급여도 줄어든
상황이어서 지점장들의 주름살만 늘고 있다.
 J은행 동수원지점 지점장은 “우량고객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컨설턴트 역
할은 물론 지점내 골프, 낚시동우회에 가입해 고객과의 유대관계 강화만이
그나마 지점장 자리를 유지할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