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법·방송법·IPTV법 등 이른바 미디어법이 한나라당에 의해 강행처리돼 불법투표·원천무효 논란에 휩싸였다. 미디어법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파수꾼인 지역언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인일보는 미디어법 논쟁이 메이저 신문사와 지상파 방송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간과되고 있는 지역신문에 대한 문제점과 대책 등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 껍데기만 남은 신문법 10조=신문법 10조는 자본력을 앞세워 자전거·백화점 상품권 등 경품과 무가지로 사실상 독자를 매수하는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한 조항이다. 헌법재판소도 이미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 조항을 삭제할 방침이었지만 지역언론과 시민단체의 격렬한 반발에 '유지'로 선회했다. 하지만 이 조항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신문 공정거래위반 행위의 유형과 기준을 구체화한 신문고시는 일몰제에 따라 8월22일 폐지한다는 방침은 바꾸지않고 있다.

신문고시가 재발령되지 않을 경우 원론적인 법안만으로 메이저 신문사들의 각종 불공정 행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대다수 지역신문들의 판단이다.

■ ABC제도=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고시 위반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내년 1월부터 한국ABC협회(신문잡지부수공사기구) 부수검증에 참여하는 신문에만 정부광고를 주기로 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불법경품 등으로 왜곡된 신문시장이 더욱 혼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민간기구인 ABC협회가 2002·2003년 조선일보의 유가부수를 조작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당연히 언론계에는 ABC협회에 대한 불신이 쌓여있는 상황이고, 현재 국내 일간지 중 부수 검증에 참여하는 신문은 다섯 개에 불과할 정도로 ABC제도가 유명무실화된 상태다.

이와 더불어 문화부는 유가부수 인정기준을 기존 80%에서 50%로 하향조정할 방침이다. 이는 정가 1만원인 신문이 5천원만 수금해도 유가부수로 인정하는 것이다. 무가지나 경품을 제공할 수 있는 상한선을 높여 신문고시가 유명무실하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결국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짜 신문과 경품을 무한정 뿌릴 수 있는 메이저 신문에 비해 지역신문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 정부 산하기관 전락 '언론진흥재단'=문화부는 신문법 개정의 후속조치로 신문발전위원회와 언론재단, 신문유통원 등을 통합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을 내년 1월 출범시킬 계획이다. 신문발전기금을 폐지하는 대신 한국언론진흥기금을 설치하는 것이다. 문제는 언론진흥재단의 이사장 및 이사진들에 대한 임면권을 문화부 장관이 갖도록 하고, 기금 사용에 대한 최종 결정권도 정부가 갖는다는 점이다. 특히 기금지원과 관련해 기존의 신문발전기금이나 지역신문발전기금처럼 최소한의 기준을 두지않고 매년 이사진들이 임의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지원이란 명목으로 신문사들을 더 강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서 문화부는 지난해 말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대폭 삭감하고 원상회복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동아일보·조선일보의 정부광고는 각각 433%·410%씩 늘어난 반면 지역일간지 배정비율은 축소됐다. 노골적으로 지역언론을 무시하고 지역언론에 대한 지원을 특혜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 현 정부의 기류임을 감안할 때 정부 입김이 강화된 기금이 특정 메이저신문에 쏠리지 않고 얼마나 지역신문 육성에 쓰일지 의문이 생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