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평택/문성호·송수은기자]4일 경찰과 쌍용차 사측이 실시한 1차 노조 진압작전은 노조의 극렬한 저항에 부딪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이날 진압작전은 경찰이 완전진압을 목표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완전진압도 가능했지만 무리한 진압이 자칫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이 주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경찰이 이처럼 완전진압에 주저하고 있는 이유는 또 뭘까.

■철옹성같은 도장2공장=도장2공장은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1층 바닥 면적만 1만9천700㎡다. 평택공장 내 20개 건물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또한 서쪽은 차체1·2공장, 동쪽은 부품도장공장, 북쪽은 조립1·도장1공장과 조립3·4공장이, 남쪽엔 본관과 엑슬(차축·구동장치 생산)공장이 둘러싸 외부에서의 출입이 불가능한 천혜의 요새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도장2공장 1~2층에는 시너와 휘발유, 경유, 기타 유류 등 18만여ℓ의 인화물질이 1, 2층에 집중 분포해 있고 옥상에는 사거리 250m 안팎의 대형 새총과 사제총 등이 설치돼 경찰과 사측 직원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 공장내부는 이미 노조원들이 장애물을 설치, 미로화돼 있어 1층으로 진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도장2공장으로 경찰이 진입하기 위해서는 대형크레인이나 헬기 등을 이용한 컨테이너 진압방식이 있지만 옥상에 삼지창 모양의 장애물이 설치돼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결국 경찰이 도장2공장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차체1·2, 조립1·도장1, 조립3·4공장 등 주변의 공장을 확보한 뒤 옥상을 통한 진입만이 가장 현실적 방법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이날 1차 진압작전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극렬한 저항=이 같은 구조적인 위험 외에도 극도로 격앙돼 예민해져 있는 점거농성 노조원들의 분위기도 경찰의 진압을 막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2일 오전 노사교섭이 결렬된 이후 도장공장 내 노조원들의 분위기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강경모드로 선회한 모양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경찰의 무리한 진압은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상균 지부장은 노조원들에게 "도장2공장으로 공권력이 들어온다면 모두 내보낸 뒤 온몸에 시너를 뿌리고 공장에 불을 지르겠다"고 할 정도로 극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14명의 노조원이 이탈한 도장2공장은 현재 강경파 노조원들이 상당수 남아 있어 경찰이 진입할 경우 극한 대치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용산참사 악몽에 주저하는 경찰=경찰은 이번 사태를 접하면서 용산참사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인화물질이 가득한 도장공장 강제진압은 용산참사의 재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친서민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 정권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 줄 수도 있다.

수원지검의 한 관계자는 "너무 일찍 진압에 나서면 사고가 날 수 있고, 너무 늦게 진압하면 정부가 사태를 방관했다는 여론의 비난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번 쌍용차 사태는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언제 완전진압에 나서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