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바글 차량은 길게 개장 사흘째를 맞은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줄지 않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인근 도로에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광화문 삼거리 등에 추가 설치된 횡단보도, 신호등 영향으로 이같은 차량 정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인가, 자동차에 둘러싸인 황폐한 섬이 될 것인가.

   이달 1일 모습을 드러낸 광화문광장이 개장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조선시대 어가(御街, 대궐로 통하는 길)였던 `육조거리'가 광장 조성으로 어느새 시민의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

   일주일 만에 100만명에 가까운 시민이 찾음으로써 일단 서울시는 `초기 흥행'에 성공한 모습이다.

   그러나 `한 번 가볼 만한 곳'을 넘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명물로 만들려면 교통안전 대책, 볼거리 조성 등 보완할 점도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랜만에 해가 모습을 드러낸 주말인 8일 낮 광화문광장 `12ㆍ23분수'에서 물을 맞으며 뛰노는 어린이들과 그 주변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가족, 친구, 연인들은 광장을 찾아 시원하게 내뿜는 분수의 물줄기를 보며 한여름의 열기를 식혔다.

   밤에는 분수에 다채로운 LED(발광다이오드) 조명까지 비친다.

   배수진(34.여)씨는 "밤에 보면 분수와 야경이 너무 예쁘다"고 말했다.

   정휘채(29)씨는 "시내에 열린 공간이 부족했는데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늘어 좋다"고 말했다.

   100년 전 광화문 일대 사진전시물을 보던 김지현(22.여)씨는 "이곳에 이런 역사가 담겨 있는지 몰랐다"면서 "사진에 보이는 해치도 원래 위치에 복원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82세의 한 안전요원은 "세계 유명 도시 한복판에는 모두 광장이 있다던데 우리도 이렇게 만들어 잘된 일"이라고 평했다.

   광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져 8일 오전 11시 현재 모두 93만여명의 누적 방문인원을 기록했다.

   폭 34m, 길이 557m 규모로 조성된 광화문광장은 '12ㆍ23분수'와 '해치마당', `플라워카펫' 등 다양한 역사 상징물을 가지고 있어 서울시는 `국가 상징 거리'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인근에서 근무한다는 김모(34)씨는 "개장 열기가 높아 궁금했는데 막상 나와보니 볼거리가 별로 없다"면서 "관심을 이나마 끄는 것은 그동안 서울 시내에 갈만한 휴식공간이 없었다는 반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개장 일주일 동안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오른 것은 교통 안전대책.

   도로와 광장의 경계 턱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개장 이틀째인 2일 택시가 광장 안 `플라워카펫'으로 20여m가량 돌진해 들어온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시는 시민안전 확보를 위해 3일부터 도로변에 안전요원을 대폭 늘려 배치했으며 교통안전과 디자인, 이용 편의를 모두 고려한 안전확보 대책도 곧 내놓기로 했다.

   광장에서의 집회 허용 문제를 두고서도 갈등이 빚어졌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3~4일 시청 서소문청사와 광화문광장 등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광화문광장에서의 집회를 허용하고 광장 조례를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시는 이에 대해 "광화문광장은 집회와 시위가 제한을 받는 외교기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에 있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조례 폐지 요구를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광장의 기본 운영방향을 결정할 서울시 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아직 구성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도 계속 광장 사용 문제를 두고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