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유압구조장비를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9천만원이나 싸게 입찰한 업체의 납품을 거부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도소방본부는 특히 관련 업체들이 입찰 전 이의를 제기했는데도 이를 묵살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말 이후 동일 제품을 구매한 전국 7개 시·도 소방본부가 노즐의 수에 관계없이 일정 성능 이상이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달리 도소방본부는 한 줄로 된 노즐을 고집, 특정 제품을 구매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소방본부는 지난 5월 7일 유압구조장비 10세트를 구매하기로 하고 조달청에 의뢰해 입찰 공고를 냈다. A사는 2억8천600만원, B사는 3억7천740만원, C사는 3억7천650만원을 써내 조달청은 A사를 '낙찰 대상 업체'로 선정, 도소방본부에 통보했다. 도소방본부는 그러나 노즐이 한줄짜리인 제품을 원했는데 A사 제품은 두줄인데다 119 대원들도 부정적인 반응이라는 이유로 부적격 제품으로 판정했다. 이 때문에 A사가 공급하려는 제품은 2개월째 납품되지 못하고 있다. A사는 특히 도소방본부의 태도는 특정사 제품을 사겠다는 것으로, 이럴거면 수의계약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소방본부가 처음부터 특정 제품을 구매하려 했던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입찰공고 전(前) 절차인 '사전 규격 공시'에 대해 관련 업체들이 특정사 제품을 구매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정정을 요청했으나 묵살했다고 한다. 도소방본부가 119 대원들의 의견이라며 끝내 거부하자 2개 업체는 아예 입찰을 포기하기도 했다. 전국의 소방본부 중 유일하게 도소방본부만 특정 회사 제품으로 제한하는 입찰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도소방본부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해야 한다. 도 감사관실도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 그래야 의문이 해소되고 관련 업체와 업계도 수긍할 수 있다. "두줄이어서 꼬인다" 거나 "119대원들이 원했다"는 말만으로는 A사 제품이 부적격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을 것이다. 공개경쟁입찰은 구매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도소방본부가 실시한 공개경쟁입찰에 의문이 제기됐다면 당연히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