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화의 산 증인이자 대한민국 15대 대통령을 역임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18일 85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많은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 온 국가 원로 지도자가 타계하면 대부분 국가가 장례 절차와 비용을 관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들의 장례식에는 생전에 고인과 교분을 나눴던 외국의 정상급 지도자들이 직접 조문을 하거나 조문사절을 파견해 애도를 표한다.

   가장 최근에 전직 국가수반이 타계한 사례로는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이 있다.

   아키노 전 대통령은 결장암으로 투병해 오다 지난 1일 76세를 일기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뒀다. 필리핀 정부는 1주일간의 국민 애도 기간을 정하고 아키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성대히 치렀다.

   김 전 대통령이 한국 민주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것처럼 아키노 전 대통령 역시 필리핀의 민주화 주역으로 마르코스 독재정부에 저항하며 평화적 시민 봉기를 주도해 민주 권력을 쟁취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민주화의 거목이었던 두 지도자의 교분도 깊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80년대 초반 미국 하버드대에 체류하던 당시 아키노의 남편인 베니그노 아키노 상원의원과 교분을 나눴다. 이때의 인연으로 아키노는 김 전 대통령의 취임식 때도 참석하는 등 교류를 이어갔다.

   아키노 전 대통령이 타계했을 때 이미 김 전 대통령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치료를 받고 있던 상태로, 아키노의 타계 소식에 이희호 여사는 김 전 대통령과 본인 명의로 주 필리핀 한국대사관을 통해 유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아시아 민주화 운동의 산 증인이었던 두 지도자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불과 17일 시차로 차례로 세상을 떠나 더욱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미국에서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제럴드 포드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2006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세상을 뜨자 미국 정부는 두 해 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경우와 같이 성대하게 장례를 치렀다.

   제38대(1974~1977년) 미국 대통령을 역임한 포드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 26일 93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는데, 그는 당시까지 생존한 전직 대통령으로는 최고령이었다.

   포드의 유해는 사흘간 미 하원의사당에 안치됐다가 2007년 1월 2일 상원 건물 앞으로 잠시 옮겨져 부통령으로서 상원의장을 겸직했던 과거를 기린 뒤, 백악관을 지나 워싱턴 국립대성당으로 운구됐다.

   장례식에는 부시 전 대통령, 아버지 부시,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들과 유가족, 외교사절 등 3천여 명이 참석했다.

   이보다 앞선 2004년 6월 5일에는 냉전 종식에 앞장섰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0여 년간의 알츠하이머 투병 끝에 9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981~1989년 대통령을 중임한 40대 전직 대통령이었던 레이건은 로스앤젤레스 벨 에어 지역의 자택에서 조용히 숨을 거뒀다.

   레이건의 장례 역시 국장으로 성대히 치러졌는데,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장례(1973년)에 이어 미국에서 국장이 치러진 것은 30여 년 만이었다. 1994년 사망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본인의 사전 요청에 따라 국장이 이뤄지지 않았었다.

   레이건의 장례식은 그해 6월 11일 워싱턴 의회 의사당과 국립대성당에서 조지 부시와 아버지 부시, 지미 카터, 빌 클린턴은 물론 생존해 있던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등 4명의 전직 대통령과 조문사절 4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레이건의 국장은 존 F. 케네디 대통령 이후 미국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장례로 평가받는다. 레이건의 시신은 캘리포니아주 시미 밸리의 레이건 대통령도서관 경내에 있는 가족 묘역에 안장됐다.

   2007년 4월에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옛 소련의 몰락 이후 민주 러시아를 출범시켜 초대 대통령을 역임한 옐친은 오랫동안 심장질환을 앓아오다 4월 23일 76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옐친의 시신은 서거 하루 뒤 모스크바 구세주 성당으로 옮겨져 하루 온종일 2만5천여 명의 시민이 조문을 다녀갔다.

   이어 다음날 치러진 장례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아버지 부시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 등 각국 전·현직 대통령과 총리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러시아 정교회 방식으로 엄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