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진실씨의 분묘를 깨고 유골함을 가져간 용의자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이 20일 공개됐다.
경찰이 당초 추정한 범행시간(14일 오후 6시-15일 오전 8시)과 달리 실제 범행은 지난 4일 오후 9시 55분에서 다음날 오전 3시 41분까지로 드러났다.
용의자의 치밀하고 대담한 범행모습을 담은 이 CCTV는 최씨 분묘 뒷편에서 갑산공원 전체를 비추고 있으며, 지난 1일 낙뢰를 맞아 사건당일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던 바로 그 CCTV다.
CCTV에 나타난 용의자는 3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한 명.
군복으로 보이는 작업복풍의 옷과 조끼를 입은 짧은 머리의 건장한 체격 남자 1명이 4일 오후 9시 55분 최진실씨 묘역 왼편에서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40여분이 넘게 분묘 주위를 서성거리며 주변을 살피던 이 남자는 잠시 사라졌다 어디에선가 마대자루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처음에 나타났을 때와 달리 아웃도어용 챙넓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오후 10시 44분 이 남자가 마대자루에서 손망치를 꺼내 들더니 최씨 묘역 뒤편의 대리석을 한차례 내려쳤다. 갑자기 불꽃이 환하게 튀며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분묘를 깬다는 게 분묘 옆 대리석 기둥을 잘못 친 것이다.
그러나 곧이어 분묘 오른쪽 아래 모서리 부분을 몇번 치더니 유골함을 꺼내 들고 분묘 오른편으로 사라졌다. 이 시간이 4일 오후 10시 46분 39초.
대리석의 가장 약한 부분인 모서리만 조금 깨고 대리석 중간은 깨진 않은 것으로 보아 묘분용 대리석을 잘 다룰 줄 아는 전문가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유골함을 갖고 도주했을 것으로 보였던 이 남자는 그러나 1분 뒤 다시 돌아와 증거인멸 작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오후 10시 47분에 손전등을 들고 나타난 용의자는 분묘 앞쪽에 있던 커다란 조화와 최씨 얼굴이 담긴 패널을 분묘 뒤편으로 옮겨 자신이 깨뜨린 부분을 가렸다.
이어 범행에 사용한 손망치를 마대자루에 넣고 2분뒤 묘역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자신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염려했던지 다음날인 5일 오전 3시 36분께 다시 묘역에 나타난 용의자는 위장해 놓은 조화와 사진패널을 치운 뒤 걸레로 정성껏 묘분을 닦기 시작했다.
지문 등 자신의 범행흔적을 2분 동안 깨끗하게 닦아낸 용의자는 3시 40분께 물통을 들고 다시 돌아와 물걸레질을 한번 더한 뒤 오전 3시 41분 54초에 화면에서 사라진 뒤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우재진 수사과장은 "용의자가 대리석을 다루는 일에 굉장히 숙달된 전문가처럼 보인다"면서 "관련 업종의 인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