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인천시 옹진군이 천연기념물 지정 논란에 휩싸였다. 문화재청이 굴업도 토끼섬(소굴업도)과 백령도 장촌해안 습곡구조,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 암석인 분바위 등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자 옹진군이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옹진군은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지정 방침에 반대하는 군의 입장을 조만간 문화재청에 공식 전달할 예정이다.

천연기념물은 '자연 가운데 학술적·자연사적·지리학적으로 중요하거나 그것이 가진 희귀성·고유성·심미성 때문에 특별한 보호가 필요해 법률로 규정한 개체 창조물이나 특이 현상 또는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일정한 구역'을 말한다. 이 같은 사전적 의미대로라면 이들 지역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게 마땅하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원시 미생물 시아노박테리아를 비롯한 생물의 광합성을 발견할 수 있는 층 모양의 줄무늬가 새겨진 암석으로 10억∼20억년 전 지층에서 주로 발견된다. 학계에서는 지구생명의 근원을 밝히는 열쇠로 알려져 있다. 굴업도 토끼섬에는 바닷물의 침식작용으로 해안 절벽 아랫부분에 생겨난 깊고 좁은 침식지형인 해식와가 형성돼 있다. 100m 이상 뻗어있는 세계적으로 드문 규모의 해식와로, 학술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천연기념물 지정에 반대하는 옹진군을 무작정 비난만 할 일도 아니다. 천연기념물 지정 반대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군의 입장 또한 상당부분 수긍이 간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육지와 바다를 막론하고 주변 500m 이내에서는 건축 등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당연히 재산권 침해 등 천연기념물 지정으로 인해 발생할 주민 민원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관리에 수반되는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역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천연기념물 지정을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의 천연기념물 정책도 진화해야 한다. 주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만큼 해당 지역 주민과의 의식 공유없이는 앞으로 천연기념물 지정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천연기념물 지정에 지질학 등 자연과학 외에 인문사회학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