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수기'인 8월에 황급히 전세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 것은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세안정을 위해 세입자를 위한 자금 지원을 늘리면서 원룸이나 다세대 같은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을 대안으로 내놨다.

   전세 수요자에게 부족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줄어든 아파트 물량은 원룸과 같은 도시형 생활주택, 중소형 오피스텔 등으로 대신해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 '비수기' 전세대책 왜 나왔나 = 지난해 잠잠하던 전셋값은 올 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울 잠실, 반포 등 강남권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새 아파트 입주가 올 초 마무리되면서 신규 공급 물량이 감소하고, 지난해 말 급락했던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전셋값도 덩달아 오른 것이다.

   여기에 재개발, 재건축 이주 수요도 일부 더해졌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현재까지 전셋값은 서울 5.86%, 경기도가 3.85% 올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각각 1.78%, 2.59% 오른 것에 비하면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특히 송파구(20.7%)와 과천(30.2%), 화성 동탄(37.7%) 등 1~2년 전 입주물량이 많아 전셋값이 많이 내렸던 곳은 상승폭이 20~30%대로 급등했다.

   전셋값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국토부는 비수기인 8월에 서둘러 대책을 뽑아들었다.

   국토부는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총 3만1천가구로 최근 3년간 평균 입주 물량(3만6천가구)에는 못 미치지만 수도권 전체로는 총 15만 가구가 준공돼 예년(평균 13만2천가구)보다 입주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는 전체 15만 가구 중 60%인 9만1천가구가 입주 대상이어서 전세 수급불안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오피스텔, 원룸주택 공급 확대 = 정부는 종전에 전용면적 60㎡까지만 허용해오던 오피스텔 바닥난방을 85㎡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소형 오피스텔 공급을 늘려 주택으로 쓰게 해 전세난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다.

   국토부는 조만간 국토부 건축고시를 개정해 제도 시행 후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것은 물론, 현재 건축 중인 것도 설계 변경을 통해 건축허가를 다시 신청하면 바닥난방을 허용할 방침이다.

   건설업계는 오피스텔 난방이 중형으로 확대될 경우 역세권 상업지역이나 도심재개발 사업지구 등에서 오피스텔 공급이 종전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요지의 땅이 부족해 공급이 기대만큼 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0가구 이상, 150가구 미만의 단지형 다세대, 원룸ㆍ기숙사 등의 도시형 생활주택을 짓는 건설사업자에게는 이르면 9월 중으로 저리의 국민주택기금이 지원된다.

   단지형 다세대 분양주택은 민간의 경우 전용 60㎡ 이하에 대해 가구당 5천만원, 주공 등 공공기관은 60㎡ 이하와 60-75㎡ 이하까지 5천만원의 건설자금이 지원된다.

   단지형 다세대 임대는 전용 85㎡ 이하까지 5천만원을 사업자에게 빌려준다.

   원룸ㆍ기숙사는 ㎡당 80만원의 건설자금이 지원된다. 전용면적 7~30㎡ 기준으로 가구당 최저 560만원에서 최고 2천400만원까지 대출되는 셈이다.

   금리는 현행 공공분양 및 임대주택 건설자금 수준(현재 3~4%)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세대 등 건축의 걸림돌이었던 주차장 기준은 세대에서 전용면적 기준으로 바뀐다. 현재 주차장 기준은 원룸형의 경우 가구당 0.2~0.5대, 기숙사형은 0.1~0.3대 범위에서 지자체 조례로 정하는데 대부분의 지자체가 상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원룸형(12~30㎡)은 전용면적 합계를 기준으로 60㎡당 1대, 기숙사형(7~20㎡)은 65㎡당 1대로 주차 기준을 완화해준다는 방침이다.

   전용 12㎡ 20가구, 전용 30㎡ 20가구 등 총 40가구짜리 원룸주택을 짓는다고 가정하면 종전에는 총 20대(가구당 0.5대 적용)의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14대의 공간만 만들면 된다.

   이와 함께 연면적 660㎡ 이하 소규모 도시형 생활주택은 진입도로의 폭이 종전 6m에서 4m만 확보하면 건축이 가능하고, 상업지역에서 일반 아파트와 혼합해서 주상복합형태로 공급할 수 있는 길도 터주기로 했다.

   이번에 공급되는 전용면적 20㎡ 이하의 도시형 생활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청약시 무주택자로 간주해준다. 이 경우 오는 10월에 나올 강남 세곡, 서초 우면 등 보금자리주택을 비롯한 아파트 청약이 가능해져 도시형 주택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종전에는 19가구 이하의 공동주택인 다세대, 연립주택과 단독주택 소유자중 전용 20㎡ 이하의 소형을 가진 사람은 무주택자로 간주해왔으나 이번에 20가구 이상, 150가구 미만으로 들어서는 도시형 생활주택 소유자에까지 대상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국토부는 새 제도를 11월 중으로 관련 법령 등을 개정해 시행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이번 조치로 주차시설, 도로 등이 부족한 소형주택이 대거 양산되면 도심 주거환경이 열악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전세 대출 확대, 국민임대 조기 입주 = 전세 수요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도 포함됐다.

   국토부는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전세자금 대출 규모를 올해 예산(4조2천억원)에서 6천억~8천억원가량 늘려 최대 5조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재원이 부족하면 국민주택기금에서 나오는 주택구입자금 대출 예산을 전세대출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혼부부 전세 임대의 경우 지원대상이 확대된다.

   종전에는 부부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월 194만원)인 사람만 주택공사가 전세자금을 지원해 줬으나 앞으로 70%(월 272만원)까지 입주자격을 완화하기로 했다. 지원대상도 보증금 1억500만원 이하에서 1억4천만원 전세주택까지 확대된다.

   국토부는 또 국민임대주택을 수도권에서 매년 3만 가구씩 공급하되 올해 입주를 앞둔 용인 흥덕, 인천 박촌, 양주 고읍 등지의 국민임대주택 입주를 1~2개월씩 앞당기기로 했다.

   올해 공급 예정인 파주 운정, 성남 도촌, 화성 매송 등의 국민임대주택도 공급 시기를 앞당기고 내년 분양물량(3만9천가구)을 계획된 일정보다 2~3개월씩 조기에 공급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밖에 전세 수요 분산을 위해 서울, 경기도의 권역별 입주예정 물량을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대한주택공사의 전월세 지원센터를 통해 전세 매물, 대출 상담, 법률 상담 등의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