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광역자치단체장으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돼 김 지사가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제주도 내 226개(제주시 138개소, 서귀포시 88개소) 투표구에서 진행된 투표에서 유권자 41만9천504명 중 4만6천76명이 투표해 최종 투표율이 11%(제주시 10.5%, 서귀포시 12.2%)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주민소환법상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소환이 확정되지만 3분의 1 미만일 경우 개표조차 하지 않게 된다.

   제주지역 역대 최저 투표율로 기록될 만큼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평일에 투표가 진행된 데다 투표운동 방식에 제약이 많아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좁은 지역사회의 특성상 투표장에 가는 것 자체가 곧 찬성처럼 여겨지는 데 따른 부담감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환지사주민소환운동본부는 "제주시에서는 이장들이 투표소 인근에서 투표하지 말 것을 회유하거나 투표장으로 향하는 주민들을 돌려보냈으며, 서귀포시에서는 자생단체장과 부녀회원 등이 '투표율이 나오면 동장이 불이익을 받는다'며 투표하러 온 주민들을 돌려 보낸 사례가 접수됐다"며 "이 같은 투표방해행위는 사전에 조율됐으며, 상부의 지시에 의한 조직적 행위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관권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김 지사는 소환부결 직후 제주시 연동 자신의 연락사무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특별자치도의 중단 없는 전진을 선택해 준 도민들에게 감사한다"면서도 "이번 주민투표는 그 누구도 승자일 수 없으며 도민들에게 안겨준 걱정을 마음의 빚으로 안고 더욱더 열심히 제주발전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여일간의 민생탐방을 통해 현장에서 배우고 생각한 것들이 도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특히 사회 통합과 갈등 극복을 위해 시민사회단체와 더 많이 대화하고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소환운동본부 측은 이날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유보하면서도 "투표장 인근에서 이뤄진 조직적인 투표방해 행위들에 대해 엄중히 대처해 나갈 것이며,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위법한 관권 개입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환 제주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는 지난 4월 제주도가 정부 관련부처와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MOU)를 체결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서귀포시 강정마을회 등 도내 35개 시민사회단체는 "김 지사가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음은 물론 주민 간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도의회조차 무시하는 등 독선과 무능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김태환지사주민소환운동본부'를 구성, 주민소환운동에 들어갔다.

   김태환지사주민소환운동본부는 도민 7만7천367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6월 29일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했으며, 선관위는 이를 받아들여 이달 6일 투표를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