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 금정굴 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지난 7일 서울대병원에서 조상들의 유해를 살펴보고 있다. /김병희씨 제공
[경인일보=김재영·김창훈기자]"올해 성묘도 서울대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난 1950년 10월 부역혐의자와 가족들이 고양경찰서 경찰들에 의해 고양시 금정굴에서 집단 학살됐다.

희생자는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53명이었고, 신원이 확인된 이는 76명이다. 일명 '고양 금정굴 사건'이다.

유해를 발굴한 것은 정부가 아닌 유족들이었다. 1995년 유족들이 찾아낸 유해는 당시 서울대 의대 교수의 도움을 받아 서울대병원 창고로 옮겨졌다.

그걸로 끝이었다. 14년이 지난 지금도 연구실 창고에는 희생자들의 유해와 머리카락, 신발과 비녀, 단추, 학살에 쓰인 총알 등이 방치돼 있다.

2005년 발족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2007년 6월 이 금정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고양경찰서장의 책임 아래 자행된 불법 집단 학살이고, 학살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고양지역 역사관 건립 추진, 유해를 영구 봉안할 수 있는 조치를 국가와 지자체에 권고했다.

하지만 경찰의 사과 빼고는 2년이 지난 현재도 사정은 똑같다. 금정굴 근처에 완전한 매장을 하지 못한 유족들의 '병원성묘'는 지난 7일에도 계속됐다.

한 유족은 "금정굴 희생자 유족들의 성묘는 참 눈물겹다"며 "국가 차원의 진실규명이 이뤄졌어도 여전히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의 진실 규명이 명예회복을 넘어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로까지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열린 진실화해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발굴된 유해의 항구적인 안치를 위한 국가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진실화해위는 "그동안 은폐됐던 진실이 규명, 희생자 유족들의 피해구제를 위한 배·보상 필요성도 커졌다"며 "국가의 배상책임 이행을 위해 일률적 피해구제를 명시하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