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러와 보복전쟁 등으로 야기된 '여행공포’로 인해 세계 관광시장이 급랭하면서 항공사, 호텔, 여행사 등 관광업계가 때아닌 공황(恐慌)을 맞고 있다. 특히 국적항공사들은 항공 안전 2등급 판정과 미 테러사건 여파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이 지금의 상황을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로 규정하고 몸집 줄이기와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국적 항공사의 대규모 구조조정=내년 3월30일까지 적용되는 겨울철 항공기 운항계획은 모두 주 1천178편으로 여름시즌(3월28일~10월27일)의 1천197편보다 19편이 감소했다.
여객노선은 977편으로 21편 줄어든 반면 화물은 201편으로 2편 증가했다. 이중 국적항공사의 운항편수는 여객이 597편에서 588편으로 떨어졌고 화물은 112편을 유지해 전체적으로 9편 축소됐다.
대한항공은 이달 초 임원 25명을 퇴진시킨 것을 시작으로 1천명 인력감축을 골자로 한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경영체제도 5개 본부체제로 나눠 시행하고 있다. 연월차 휴가 100% 사용과 임금조정을 통해 연간 1천5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키로 했다. 대한항공은 이미 올들어 700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국내 11개 지점과 해외지점 11개를 통·폐합했다.
또 아시아나 항공은 지난달 29일 노조가 '무분규 선언'을 함으로써 노사가 합심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강성으로 알려진 노조가 사측과 함께 회사살리기에 나섰다는 것은 '회사없인 노조도 없다'는 기본원칙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최근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내 노동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국 항공사 항공요금 인하 경쟁=국내에 취항한 외국항공사도 세계적인 항공수요 급감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항공요금을 대폭 인하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경영난 타계를 위해 항공요금을 50% 할인해주는가 하면 마일리지를 50%씩 더 계산해 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 노스웨스트 항공은 테러사건 이후 항공요금을 일본 노선은 20%, 하와이 노선은 60%까지 내렸다. 이 회사는 12월부터 정상가격보다 36% 할인한 학생용 항공권을 판매할 계획이다. 네덜란드 KLM항공은 지난 1일부터 130만원 받던 서울~파리, 서울~런던, 서울~프랑크푸르트, 서울~로마 등 4개 노선 이코노미 클래스 항공요금을 온라인을 통해 65만원에 판매한다.
싱가포르 항공은 비자카드로 항공권을 구입할 경우 서울~싱가포르 티켓을 39만9천원에, 서울~밴쿠버 노선을 79만9천원, 서울~샌프란시스코 티켓을 69만9천원에 판매한다. 이같이 외국항공사 간에 대대적인 요금할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국적 항공사들은 아직 할인전쟁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항공권 외에 여행상품도 덤핑경쟁이 치열해 20만원대의 태국(3박5일) 여행상품도 나왔다”며 “40만원대의 괌·사이판(3박4일) 상품도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