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규식·전상천기자]"우리 지역이 왜 거물 정치인들의 임시 둥지가 돼야 하는가, 내 지역에는 정말 인물이 없는 것인가."

여·야의 이른바 '전략 공천' 움직임에 지역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 지역을, 지역민을, 지역 인물을 무시하는 듯한 거물 인사 공천 방침에 대한 반사 작용인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10·28 재선거를 앞둔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을 뿐 아니라 경기도내 전역에서 감지되고 있다. 당사자들은 물론 당직자들까지도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낸다.

한나라당은 상록을 공천과 관련, 15일에도 최종 심사에 오른 2명의 예비후보에 대한 최종 결정을 유보했다. 여전히 '전략 공천'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호남세가 강한데다 민주당이 김근태 전 장관을 전략 공천할 경우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으로는 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 의식에서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온 후보는 당적을 바꾼 전력이 걸린다고 하고, 다른 후보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전략공천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MB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민주당도 현재 거론되는 후보로는 열세인데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이 임종인 전 의원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민주당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김 전 장관이 '필승 카드'란 입장이다.

수원 장안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나라당은 강재섭 전 대표의 불출마설이 확산되는 가운데 고희선·박찬숙·신현태 전 의원, 심규송·최규진 전 도의원, 박흥석 전 경기일보 편집국장, 유용선 수원사랑 사무총장, 정상환 경기도당 대변인, 홍근표 지프록스 대표, 정관희 전 경기대교수 등 10여명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한나라당은 이곳에서도 선뜻 결론을 내기가 어려운 분위기다. 후보군이 많기도 하지만 먼저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의 거취가 결정돼야 한다. 민주당이 전략공천으로 손 전 대표를 내세울 경우 역시 전략공천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차기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진표 최고 위원은 손 전 대표의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경기도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수원 장안에서 손 전 대표의 압승을 이끌어 낸 뒤 내년 지방선거까지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속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도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각 정당의 전략 공천 방침은 그러나 지역 정가는 물론 주민들에게도 강한 반감을 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앙당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도 서슴지 않는 험악한 양상이다.

안산 상록을의 김영환 전 장관과 김재목 전 문화일보 정치부장 등 민주당 예비후보는 물론 당직자들은 '낙하산 공천 반대'를 외치며 줄줄이 성명을 내놓고 있다. 전략공천을 둘러싼 각 정당의 내홍을 예고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