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정국의 하이라이트인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오는 21∼22일 열린다.

   이번 청문회와 인준투표의 결과가 10월 재보선 등 향후 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여야간 `창과 방패'의 격돌이 예상된다.

   청문회에서는 총리지명 전 정부정책을 비판해온 정 후보자의 국정철학을 비롯해
세종시 문제에 대한 입장, 위장전입과 병역, 논문 이중게재, 세금 탈루 의혹을 포함한 각종 도덕성 문제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정 후보가 상징하는 `중도실용'의 허구를 부각시키는 한편으로 각종 도덕성 시비를 낱낱이 파헤쳐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야당의 흠집내기식 공세를 철저히 차단, 이명박 정부 집권 2기의 중도실용 드라이브와 국정 장악력 확보를 가속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세종시 문제와 총리 인준을 연계시킨다는 방침이어서 국회 인준 과정에서도 여야간 충돌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문제 등 국정철학 = 정 후보자가 총리 지명 직후인 지난 3일 "원점으로 돌리기는 어렵겠지만 원안보다 수정안으로 가지 않을까 본다"며 수정 방침을 시사한데 이어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행정 비효율 등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하면서 세종시 문제가 청문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민주당과 선진당은 충청 출신의 정 후보자 기용을 "이명박 정권의 세종시 후퇴 전략을 위한 방패막이"로 규정하며 원안 추진을 거듭 요구키로 했다.

   특히 정 후보자가 수정 방침을 거두지 않을 경우 총리 인준을 부결시키겠다며 연계 방침까지 밝히고 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정치공방으로 치닫는 흐름을 막으며 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야권이 정 후보자 발언을 확대해석해 정략적으로 악용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청문위원은 "정 후보자가 무엇이 충청권과 국가를 위하는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야당은 부동산과 감세, 4대강 사업, 공기업 혁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정 후보자가 그동안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쏟아낸 점을 문제삼아 기존 소신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입장을 바꿀 것인지 추궁키로 했다.

   소신을 고수한다면 "여권내 엇박자"로, 입장을 일부 변경한다면 "학자적 소신에 대한 변절"로 각각 몰아세우며 `양날의 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병역 의혹 = 정 후보자가 고령(31세)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을 놓고 야당의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대학 1학년이던 지난 66년 신체검사를 받아 보충역 판정을 받았으나 68년 `부선망 독자'(아버지를 일찍 여읜 외아들)라는 이유로 한 차례 징병검사를 연기한 후 70년 재검을 받아 이듬해 재차 보충역으로 판정받은 것을 둘러싸고 고의적인 병역 기피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

   민주당 등 야권은 "정 후보자가 작은 아버지의 양자로 입적한 후 함께 살지도 않으면서 부선망 독자라는 이유로 징병검사를 연기했다"며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가 지난 70년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마이애미 대학에 제출한 입학허가신청서에서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기재한 것을 놓고도 "병역 기피를 위한 허위 기재"라며 공세를 펼 계획이다.

   정 후보자는 병역 의혹에 대해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수차례 신체검사를 받거나 입대를 지연한 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포천땅 위장전입 의혹 등 부동산 문제 = 정 후보자 부인이 지난 88년 2월5일 주소지를 경기 포천시 내촌면 마명리로 옮겼다가 같은 해 4월 1일 다시 원래 주소인 서울 방배동으로 이전한 것을 놓고 야권은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후보자 부인이 포천에 실제 거주하지 않은 만큼 주민등록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한때 전원생활을 할까 해서 주소지를 잠깐 옮겼으나 돈도 없고 거리도 멀어 포기했다"며 "포천에 땅이나 집을 산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야당은 정 후보자가 아파트 매매 과정에서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이 적힌 `다운계약서'를 작성, 수천만원대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도 도마위에 올릴 태세다.

   현재 살고 있는 방배동 아파트를 2006년 매입할 때 매매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 매매가를 축소한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한 의혹이 있고, 앞서 2003년 처분한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에 대해서도 다운계약서를 통해 수천만원대의 양도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방배동 아파트와 관련, 구매 당시 토지가격을 실제 매매가(9억9천500만원)보다 훨씬 적은 1억4천만원으로 정부에 축소신고했다는 것이다.
정 후보자측은 탈루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정 후보자가 지난해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의 오피스텔 임대수입(월세 65만원, 보증금 500만원)을 누락했다는 의혹도 야당에서 제기됐으나 정 후보자 측은 "세무 대리인이 처리하면서 일부 착오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논문 중복게재-인세 누락-소득세 탈루 의혹 = 야권은 정 후보자가 서울대 교수 시절인 2000년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영어로 옮겨 다른 학술지에 이중 게재했다는 의혹 등 논문 이중게재 논란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가 2007년 11월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인터넷도서판매 업체인 `예스24' 고문을 겸직하면서 총 9천583만원의 급여를 받았으나 대학당국의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을 놓고 야당에선 공무원법 위반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측은 "고문은 자문역에 불과해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예스24' 고문을 지내면서 2007∼2008년 2년간 소득 6천여만에 대해 합산소득신고를 누락한 의혹을 비롯해 인세와 강연료,원고료 등 일부 부수수입 미신고 등에 따른 소득세 탈루 의혹도 야당의 공격 소재가 될 전망이다. 정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밝힌 2004∼2008년 5년간 인세수입 총액은 1억5천만원이다.

   ◇차기 대권 행보 여부 = 청문회에서는 잠재적 대권주자로서의 정 후보자의 향후 행보에 대한 질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가 총리 지명 직후인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대권 계획과 관련, "그런 생각은 조금도 없다"며 "대통령을 보필해 경제를 살리고 사회를 통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선을 긋긴 했지만 `중원'인 충청 출신에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의 영입 `0순위'로 거론됐던 경력 등 그가 갖고 있는 정치적 상징성이 남다르기 때문.
한나라당은 일단 "대권행보를 의식해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총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는 진단 속에 향후 행보와 관련,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이번 청문회를 통해 정 후보자의 중도실용 노선이 부각되면서 여권내 대선주자 구도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일각에서 감지된다.

   반면 민주당은 `정치적 변절' 논란을 쟁점화하면서 중도실용 노선의 허구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각종 의혹을 지렛대로 "`잠룡' 행보에 출발부터 상처를 입었다"며 평가절하에 주력한다는 복안이다.

   민주당의 한 청문위원은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 대중적 지지도는 오르겠지만 여권내에서 곤란을 겪을 수 있고 `코드 맞추기'에 충실하면 신선도가 떨어지게 된다는 게 정 후보자의 딜레마"라며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문제도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