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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건설을 놓고 정치권과 학계,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자체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최근 세종시와 관련, "행정 비효율 등 문제가 있다"며 계획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세종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박아놓은 가장 잘못된 말뚝이기에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가 정치권은 물론 충청권의 반발을 샀다.
정 후보자와 김 지사 등의 문제 의식은 '세종시는 반쪽짜리 수도 건설'이라는데서 출발한다. 정부부처 나누기는 국정혼란과 행정의 퇴행·비효율 등 국가·사회적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국가위기가 돌발했을 때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들이 신속한 의사결정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은 물론, 부처 장관이 서울에 상주하다시피 하거나 국회가 열리면 서울출장소 등을 개설해 머물러야 하는 작태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때문에 세종시의 규모나 기능을 조정, 합리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원로 지식인 1천100여명이 지난 11일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 반대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반면 충청권과 자유선진당 등은 "행정의 비효율성을 언급하는 것은 그야말로 아날로그식 발상으로, 정보통신의 발달로 거리의 제약은 이미 해소된 상태"라며 "건물 하나에 모든 행정기관이 들어가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부터 계획된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수도이전을 여야가 합의했음에도 불구, 이행하지 않는 것은 국민 기만이자 국가를 농락하는 처사라는 비판이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내세운 국토균형발전의 논리는 '허구'이기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논거를 재반박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충남이 전라·경상·강원도보다 수도권과 밀접한 생활권인데다 광역도시 유치는 오히려 광역수도권을 확대시키고, 다른 지역과의 경제적 격차를 키우는 부정적 효과만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지난 1994년~2006년까지 지역별 국내총생산 비중이 영남이 27.3%→27.1%로, 호남이 10.6%→10.1%로 줄어든 반면 충청권은 10.1%에서 11.4%로 늘어났기 때문에 행정수도는 충남이 아니라 강원·호남 등지에 건설하는 게 더 타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한나라당이 행정도시 축소나 기능조정 등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것은 전 정권이 그랬듯이 충청표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영봉 중앙대 교수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결정된 세종도시로의 행정부처 이전은 효과가 거의 없는 등 부정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중앙과 지방정부에 짐이 되는 정책"이라며 "현실을 직시하고 다른 보상책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