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대한 법률(통칭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23일로 만 5년이 된다.
`창녀촌' `홍등가' `윤락가' 등으로 불리던 성매매 집결지는 법 시행 이후 집중적 단속으로 사실상 붕괴했으나 성매매 자체는 근절되지 않고 `풍선효과'에 따른 병폐가 심각해졌다.
성매매는 마사지 휴게텔, 안마시술소, 인터넷 등 음지로 숨어 들어가 성행하고 있으며, 유흥주점의 속칭 `2차'도 근절되지 않고 교묘하게 단속망을 피해 성업 중이다.
최근 성매수 남성들을 유혹하는 `키스방' `페티쉬방' 등 신ㆍ변종 업소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집결지 업소ㆍ종업원 절반으로 `뚝' = 경찰청이 올해 5월 전국 31개 성매매집결지를 대상으로 일제 점검을 한 결과 전국에 영업 중인 성매매 업소는 891곳, 종업원은 1천948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기 직전 업소 1천696곳, 종업원 5천71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업소와 종업원 수가 각각 48%와 66% 감소한 것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손님이 끊긴 상황에서 재개발을 앞두고 보상 협상을 위해 형식적인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재개발 예정지인 용산역 앞 집결지에서는 밤만 되면 업소들이 여전히 붉은색 전등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성매매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잠복도 해봤지만 손님이 아예 없다. 이곳에서 올해 적발된 성매수 남성은 올해 단 2명뿐이었다"며 "업주들이 임대료를 내가며 버티는 이유는 11월 재개발 업체와 협상에서 보상을 좀 더 받으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 성매매 여전히 성행, 경찰 단속 급증 = 성매매 집결지는 몰락했지만 성매매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으며, 경찰의 단속 건수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경찰에 단속된 성매매 사범은 특별법 시행 첫해인 2004년 1만6천947명이었다가 이듬해 1만8천508명, 2006년 3만4천795명, 2007년 3만9천236명, 지난해 5만1천575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도 1∼8월에만 4만8천735명이 적발됐다.
성매매 장소도 집결지를 벗어나 다양화하고 있다. 경찰이 4월6일부터 2주간 성매매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전체 적발자 3천306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7%가 마사지 휴게텔에서 단속됐다.
이어 안마시술소가 19.7%,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7.5%를 차지했고 성매매 집결지에서 단속된 인원은 3.7%에 그쳤다.
물론 성매매 적발 건수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경찰의 단속 강화라는 지적도 있지만,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고 계속 번창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정미래 대표는 "특별법 5주년을 맞았는데 지금 성매매는 실태를 파악할 수조차 없다"며 "그만큼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성매매가 많고 변종업소도 너무 많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 `신종 성매매 1번지' 강남 = 요즘은 서울 강남 지역이 온갖 신ㆍ변종 성매매업소가 모인 `성매매 1번지'로 자리잡았다.
강남지역 성매매는 대부분 유흥주점에서 `1차'를 마치고 인근 호텔이나 모텔로 `2차'를 가는 형태로 이뤄지는데 교묘하게 경찰의 단속망을 피해 번성하고 있다.
유흥주점과 호텔이 연계한 형태의 성매매업소는 역삼동과 논현동에 밀집해 있으며 평범한 회사원, 전문직 종사자, 공무원 등 다양한 부류의 남성이 찾고 있다.
이런 업소 중에는 규모가 큰 대기업형이 많다. 서울지방경찰청이 6월 논현동의 한 호텔과 연계한 유흥주점을 단속한 결과 하룻밤에 42명이 적발되기도 했으며, 4월 강남경찰서의 단속에서는 삼성동의 특급호텔 객실 58개를 장기 임차해 성매매를 알선한 유흥주점 업주가 구속되고 현장에서 성매수 남성 77명이 적발됐다.
최근에는 아예 같은 건물에서 1차와 2차가 이뤄지는 이른바 `풀살롱'도 유행하고 있다.
강남경찰서는 올해 4월 서울 삼성동에서 1층 유흥주점과 같은 건물 안의 `침대방'에서 술 접대와 성매매를 잇따라 제공하는 업체를 적발했다. 현장에서 손님 11명이 검거됐으며 매상장부에 적힌 전날 매출액은 2천500만원에 이르렀다
유흥주점-호텔 연계형이나 `풀살롱'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피스텔 성매매도 성업 중이다. 오피스텔 성매매는 대부분 오피스텔의 몇 개 층을 모두 임차하는 대기업형으로 이뤄진다.
◇ 온갖 신ㆍ변종 성매매 성행 = 한동안 직접적인 성행위를 하지 않고 특정 신체 부위를 만져주며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 이른바 `대딸방'이 유행했다가 최근에는 `키스방' `인형방'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키스방은 여성이 가벼운 입맞춤 등을 해 주는 업소로 법에 어긋나는 유사성행위나 성행위는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영업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대부분 변종 성매매 업소로 운영된다.
인형방은 여성 신체와 흡사한 인형(통칭 섹스돌)을 가져다 놓고 남성 손님들에게 제공해 사용토록 하는 곳이다.
압구정동 등지에는 일본의 `이메쿠라'를 본떠 승무원, 간호사 등의 복장을 입은 여성들이 유사성행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페티쉬 클럽' 30여곳이 성업 중이다.
또 인기 방송 프로그램을 모방해 성매매 여성들이 토크쇼를 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거나 성매매여성 휴게실의 모습을 매직미러를 통해 확인한 뒤 여성을 지명하는 등 기발한 방식의 신종 성매매업소가 남성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일부 마사지 업소에서는 `전립선 마사지'를 빙자해 성적 흥분을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 전문가 "해결책은 처벌 강화뿐" = 전문가들은 성매매사범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풍선효과' 등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미래 대표는 "단속 기관이 실적 위주의 단속을 하다 보니 국민 사이에 `안 걸리면 그만'이라든가 `어차피 성매매는 없앨 수 없다'는 부정적 생각이 늘고, 그러다 보면 음성적 성매매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사법부나 경찰이 법을 엄격하게 집행해 `안 걸리면 그만'을 `한번이라도 걸리면 큰일 나는구나'라는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지원시설협의체 회장인 송연순 수녀도 "경찰 단속이 강화돼야 하고 법무부에서도 실효성을 위해 성매매사범에 대한 형량을 높여야 한다"며 "민간단체나 여성단체가 성매매 근절에 노력한다 해도 법의 강제력을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키스방이나 이발소 등 여러 성매매 형태가 다양하게 번져가고 있다"며 "특히 키스방은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데 단속 조항을 신설하는 등 정부가 결연한 근절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매매특별법 5년…신ㆍ변종 업소 활개
입력 2009-09-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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