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정조대왕 초장지가 사적으로 지정될 길이 열렸다. 감사원은 태안3지구 택지개발 1·3지점에서 발굴된 초장지에 대한 사적 지정권고를 취소한 문화재청의 조치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과정인 심의가 부실하게 이뤄지는 등 절차상 하자를 문제시 했다. 이는 개발논리를 앞세워 보존가치가 충분한 문화재를 소홀히 다뤄서는 안된다는, 문화재 경시풍조를 차단하기 위한 결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발 위주의 정책결정에 제동을 건 의미있는 조치라 하겠다.
초장지를 조사한 문화재청 산하 매장분과위원회는 당초 사적으로 지정토록 문화재청에 권고했다. 대한주택공사의 이의제기로 합동 현지조사를 진행한 것까지는 하자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석연치 않은 조사과정에 이어 매장분과위원회의 결과와 다른 의견이 제시됐다는 데 있다. 문화재청은 현지조사 결과를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의, 사적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없이 '현지조사 의견서'만을 근거로 사적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개발사업을 결정해 놓고 끼워맞추기 위한 사전 조율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의혹은 또 있다. 주공이 시행한 '화성 태안3지구 문화유적 보존방안 수립' 용역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2명이 현지조사팀에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문화재위원회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감사원의 이번 감사로 문화재위원회를 소집, 태안3택지개발지구 일원에 대한 사적 지정 여부를 재검토할 것으로 보여 진다. 보존·개발 검토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 바른 판단이 나올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문화재 보존차원에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시간과 인력, 예산 낭비 등 그로 인한 반대 급부가 너무 크다.
조선왕릉은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국가적 희귀성을 인정받고 있다. 비록 왕릉으로서의 지위는 아니더라도 정조대왕 초장지는 그의 업적으로 봐서도 사료로서 보전해야 할 대상임에 틀림없다. 공공기관인 주공이 당장의 이익을 위해 문화재가치를 축소, 은폐하려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절차적 정당성을 외면했다면 의혹을 살 수 있으며, 따라서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되풀이 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이상 문화재가 개발논리에 휘둘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문화재 개발논리에 휘둘려선 안돼
입력 2009-09-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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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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