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기간 급여를 받지 않고 휴가를 다녀오는 ‘무급휴직’ 제도가 기업의
새로운 인력 구조조정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9·11」 미국 테러사태 발생 후 여행객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
한항공은 최근 노사(로사)협의를 통해 부장급 이하 직원 1만7000명을 대상
으로 내년 1월부터 1인당 1개월씩 순환 무급휴직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 김호택 이사는 “내년에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을 전후해 항공수
요가 갑자기 늘어나면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판단, 정리해
고 대신 무급휴직 제도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임원들은 11월 초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25명이 이미 사표를 냈기 때문에 이번 무급휴직제의 적용
을 받지 않는다고 대한항공은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무급휴직을 통해 연
간 300억원 정도의 인건비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
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도 무급휴직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아시
아나항공은 최근 발표한 구조조정안에서 연말까지 직원 360명을 줄이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불황을 극복하는 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회사
안팎에서 나오자, 무급휴직제를 포함한 추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심각한 경영난을 맞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는 내년 3월까지 1만5000여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순환 무급휴직을 실시키로 결정하고, 이미 시행에 들어
갔다. 하이닉스는 직원 1인당 2회에 걸쳐 15일씩 쉬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최근 무급휴직 제도를 잇따라 도입하는 것은 정리해
고에 따른 직원들의 반발을 줄이고, 경기가 호전될 경우 숙련 직원들을 쉽
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사 신뢰가 부족할 경우 무급휴직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운
게 사실. 예를 들어 현대건설은 지난 7월부터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으
나, 현재까지 희망자 수가 10명 정도에 불과한 상태다.
또 무급휴직 제도를 변형한 ‘휴직제도’를 도입한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
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3월부터 한 사업장의 업무가 끝나면 다음 사업장
으로 발령이 날 때까지 3~4개월 정도를 휴직하는 ‘휴가 발령제’를 실시하
고 있다. 휴직 기간 중에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또 삼성SDS는 올 3
월 직원들이 자비(자비)로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해외연수를 갈 경우 그 기
간 만큼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자기 개발을 위한 휴직제’를 도입, 시
행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