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경기지역 상당수 소규모 학교에 보건교사가 없다고 한다. 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데 있다. 그동안 비상식적이며 비교육적인 학교 보건행정으로 일선 학교의 학생 건강지키기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신종플루로 사람을 멀리해야 하는 요즘, 보건교사 등이 없는 학교의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의 불안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신속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나 바뀐 학교보건법마저 적용하지 않고 있는 학교가 대부분인 것이 현 실정이지만 대책 마련은 하세월인 것 같아 걱정이 크다.

학교보건법은 모든 초·중등 학교에는 보건교사를 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하의 학교는 순회 보건교사를 둬야 한다. 지난 2007년 개정된 법이다. 하지만 이 법을 지키는 학교가 많지 않은 듯 하다. 아직까지도 개정 이전의 법을 적용, 초등학교의 경우 18학급 이상에만 보건교사를 배치하고, 중·고교에도 21학급 이상의 학교에만 보건교사를 두고 있다고 한다. 도내 초·중등학교 2천100여개 중 500여개교가 이전 법에 걸려 보건교사를 둘 자격을 얻지 못하는 한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예산에 있다고 한다. 보건교사 정원을 결정하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매년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정원만큼 배정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은 만들어 놓고 법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깎았거나 아예 예산을 적게 편성했다는 말이 된다. 미래 주인공인 학생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보여주기 위한 행위에 불과했다는 것으로 할 말을 잃게 한다. 순회 보건교사도 지켜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03년 교원노조와의 단체협약에서 '보건교사들의 순회 근무 금지' 조항을 포함시켜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해당 지역 학부모들은 야단이다. 소규모 학교는 기피학교이고, 시설을 갖춘 학교 역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젊은 사람들이 빠져 나와 공동화 현상까지 우려되는 농어촌마을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하겠다. 의료시설마저 찾아 보기 힘든 상황에서 학교보건도 기대할 수 없어 건강을 알아서 챙겨야 하는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일에 크기를 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가 강조하는 복지국가를 앞당기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