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김지은(가명.22)씨는 올해 초 '김정지은'으로 개명했다. 어머니의 성(姓)을 함께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각종 서류에 성을 기재해야 할 때는 여전히 '김'이라고 적는다. 이름이 '정지은'으로 바뀌었을 뿐, 성이 '김정'으로 바뀐 것은 아닌 까닭이다.

   15일 대법원과 인천지법에 따르면 김씨처럼 부모성을 함께 쓰기 위해 이름을 바꾼 사람들은 2003년 이래 전국적으로 145명. 모두 이런 방법으로 법원에서 개명 허가를 받았다. 아직까지 부모성을 함께 쓰기 위한 개성(改姓)은 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스로 새로운 성과 본을 만드는 방법이 있지만, 내국인에게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민법 제781조와 가족관계등록법 제96조에 따르면 성본 창설은 귀화한 외국인이나 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고아 등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여성계의 숙원이었던 호주제가 폐지된지 2년이 다 돼가지만, 1997년부터 호주제 폐지와 함께 추진돼온 부모성 함께쓰기 운동은 이처럼 제자리걸음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혼인신고시 합의가 있었거나 이혼으로 한부모 가정이 된 경우에는 자녀가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게 됐지만, 부모의 성을 함께 쓰는 '결합성'은 그 한계에 대한 지적과 반발 때문에 법적으로 허용되지 못한 것이다.

   가장 자주 거론되는 문제점은 결합성을 사용할 경우 후대로 갈수록 성이 무한정 길어진다는 것이다. '임신', '피박' 등 어감이 나쁘고 듣기에 민망한 조합이 나와 성을 희화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는 부계와 모계에서 각각 한 자씩 따 자녀성의 글자수를 유지하고, 어감이 안 좋은 경우엔 순서를 바꾸면 해결된다는 것이 여성계의 주장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가족법개정운동본부의 조경애 상담위원은 "프랑스나 미국, 스페인 등에서는 이미 결합성이 허용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국제 심포지엄 등을 통해 결합성 사용의 법적 허용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의 김현보 사법등기심의관은 "부모성 함께쓰기의 법적 허용은 법률적 판단을 넘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면서 "부모 중 한쪽의 성을 따르든, 아니면 결합성을 사용하든 중요한 것은 일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