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훈 (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
[경인일보=]막이 내리는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의 반응은 그 공연의 질에 따라 좌우된다. 기립박수가 터질 수도 있고 '앙코르' 없는 건조한 마무리도 있을 터이다. 심지어 혹평이 쏟아질 수도 있다.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이 80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3년여 동안 준비한 인천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막을 내린 것이다. 관람객 수에 근거한 '흥행' 측면에서 도시축전을 평가한다면 도시축전의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을 듯싶다. 물론 폐막을 일주일여 앞두고 1일 관람객 수가 30만8천208명을 기록하면서 일본 아이치박람회가 세운 아시아 최고기록(28만1천441명)을 갈아치우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관람객 수는 기대에 못 미쳤다. 물론 막바지까지 발목을 잡은 신종플루를 비롯, 폭염과 잦은 비 등 악재가 잇따른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최 도시의 시민, 다시 말해 잔치를 연 주인 입장에서 볼 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특히 행사장 내에서 경비행기 추락사고가 발생,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것은 두고 두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가 하면 행사 진행 과정에서는 모든 행정력이 도시축전에 집중되는 바람에 행정 공백이 발생하고, 공격적 마케팅이 도를 넘어 관람객 동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개발주의에 치우쳐 미래도시에 대한 인문학적 비전과 철학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이제 시선을 돌려 도시축전이 남긴 긍정적 결과물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도시축전은 어쨌거나 '인처너(Incheoner)'들이 기획하고 준비해서 세계인들을 불러들인 최초의 행사다. 부족했던 부분이나 시행착오에 대한 반성은 하되 행사의 취지나 의미를 부정한 채 도시축전의 부정적 측면에만 천착하는 것은 비생산적일 수 있다.

도시축전은 무엇보다 국내 최초로 인천에서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것을 계기로 인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런 점에서 도시축전은 일단 소기의 성과는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CNN방송이 '한국을 주목한다(Eye on South Korea)'란 제목으로 송도국제도시에서 뉴스 생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을 비롯해 일본의 NHK, 중국의 CCTV, 르몽드지 등 수많은 해외의 유수 언론들이 도시축전을 취재하면서 인천이라는 도시에 카메라를 들이댄 것은 이 같은 성과를 일정 부분 방증한다. '인천의 재발견'이란 거창한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서울의 위성도시에 머물렀던 인천이 해외 언론을 통해 동아시아 중심도시로서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평가받았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도시축전 기간 총 30건의 수준 높은 국제회의가 진행된 것에 대해서도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행사 기간 송도컨벤시아 등에서는 도시축전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열린 국제회의 22건을 비롯해 각종 전시회·박람회 등과 연계한 포럼·학술회의가 잇따라 열렸다. 환경, 도시개발, 문화, 여성, IT, 항공,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적 담론이 형성됐다.

세계적인 석학들과 각계 전문가들은 인천의 역동적인 발전상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향후 인천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인천으로서는 몸에 좋은 한약 한 재를 받은 셈이다. 송도국제도시가 G20 정상회의 유력 개최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처럼 도시축전을 통해 증폭된 인천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을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송도컨벤시아는 국제교류 또는 학술교류의 본거지로서 인천의 가능성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비록 한정된 공간이지만 시민참여존을 운영하는 등 시민주도형 축제모델 개발과 관련해 새로운 시도가 있었던 점도 도시축전의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도시축전은 미래 인천의 가치를 담보로 미리 값을 치른 '선불제' 행사이다. 이 때문에 인천은 이번 도시축전에서의 긍정적 결과물들을 씨줄, 날줄로 엮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도시축전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새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런 점에서 '80일간의 미래도시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인천은 이제 도시축전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자산으로 삼아 새로운 인천이야기를 풀어내야 할 시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