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용인/윤재준기자]산지전용의 척도가 되고 있는 입목축적이 산림청 입맛에 따라 그 적용치가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 자치단체의 입목축적은 조정이란 명분을 통해 지난 2007년 크게 늘려 논 반면 경기도 등 일부 자치단체의 입목축적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자연 성장률을 계산해 일정량 만큼 증가시켜 놨지만 부산이나 광주 등과 비교할 경우 터무니 없는 증가치를 대입해 통계치를 발표했다. 지난 1996년 제4차 산림자원조사가 이뤄지고 입목축적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입목축적은 크게 문제시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02년 산지의 합리적인 보전과 이용을 통해 임업의 발전과 산림의 다양한 공익기능의 증진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산지관리법이 만들어진 이후 산지전용허가 기준을 민간개발시 전용하고자 하는 산지의 ㏊당 입목축적을 산림기본통계상의 관할 시·군·구 ㏊당 입목축적의 150%이하로 규제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 왜 경기도 나무만 안 자라나

경기도의 입목축적량 증가치가 타 지자체에 비해 적다는 것은 그 만큼 경기도의 나무가 자라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도의 입목축적이 타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나온 산림청 통계치는 두가지 측면에서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다.

통계치로만 본다면 근본적으로 나무가 자라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첫번째로는 경기도내 공무원들의 무관심일 것이다. 지난 2007년도 산림청 입목축적 발표 당시 경기도내 각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당 공무원들의 경우 산림청에서 발표하고 있는 입목축적 통계치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입목축적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산림청에 전달됐다면 2007년도 입목축적 조정 당시 산림면적이 도 전체면적의 52%에 달하고 개발압력이 거센 경기도를 제외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개발 사업자들의 입목축적에 대한 불만과 민원이 자치단체에 빗발쳤는데도 불구하고 산림청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이 또한 공무원들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입목축적을 둘러싼 민원이 수없이 제기되자 산림청에 통계 수치에 대한 이의제기보다는 입목축적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까지 구비했다.

둘째로는 산림청의 임의적인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통계치를 보면 수도권지역인 서울, 경기, 인천지역과 충청북도 지역이 조정에서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수도권지역의 산지개발을 막기위해 고의적으로 입목축적을 적게 통계치를 산출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산림청이 고의적으로 경기도내 자치단체 입목축적을 조정하지 않아 개발을 못하게 막을 수도 있고 타 시도의 작업에 의해 경기도의 입목축적을 현실화시키지 못하게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경기도내 자치단체의 입목축적은 현실화 되지 못해 입목축적에 따른 자치단체와 민원인, 시민단체의 갈등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반면 산림청은 경기도지역 중에서도 오산시의 경우는 2007년도 통계치에서 ㏊당 입목축적량을 전년도(69.6㎥) 보다 20.4㎥나 높여 90.0㎥로 발표했다. 경기도내 시군 증가량이 ㏊당 3~5㎥ 정도인데 비해 오산시는 타 시군 증가량의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오산시 나무만 자랐다는 것인지, 오산시만 산림청에 민원을 제기해 입목축적을 조정할 수 있었던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입목축적 산출의 기준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 경기도 산지에는 아카시아나무도 없나

현재의 산림청 입목축적은 지난 1996년 측정한후 매년 나무의 성장률과 산지의 증감 등을 고려해 조정,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를 기준으로 지난 1996년 당시 싹이 나고 있는 나무나 나무의 직경 6㎝이하의 묘목들은 13년이 지난 현재까지 한번의 실측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목축적량 산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산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나 상수리나무도 10여년이 지나고 나면 나무의 직경이 6㎝이상으로 성장을 하게 돼 입목축적량에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산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아카시아 나무는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등 일반수목이 20~30년 걸려 자라는 크기로 10년만이면 성장할 수 있다. 그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아카시아 나무는 4~5년이면 크기가 15m까지 자라고 만일 12년생 숲에서 아카시아 나무가 군락을 이뤘다면 ㏊당 입목축적은 248.9㎥까지 이른다.

또 15년생의 아카시아 나무 군락지에서는 입목축적이 ㏊당 400㎥까지 이른다고 한다. 경기도의 입목축적을 타 시도와 비교할 경우 도내지역 산지에서는 13년동안 새롭게 자라난 나무도 없고 그 흔한 아카시아 나무도 새롭게 자라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림청의 경기도지역 입목축적통계치를 보면 산지전용시 개발사업부지의 입목축적 조사서는 수령 13년 이하의 아카시아 나무를 비롯해 소나무나 상수리나무 등의 입목축적량은 제외시켜야 그나마 현실성이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