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시절, 초저녁 주택가 골목마다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솟아오를 때면 우리네 어머니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일터에 나가신 아버지가 꼭 가지고와야 하는 연탄 2~3장이 없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해 필요한 대표적인 월동용품인 연탄 등이 턱없이 부족, 아이들을 냉방에서 재워야 하니 맘을 졸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풍족해졌다는 요즘에도 미국발 경제위기 한파로 우리 사회 곳곳에선 아직도 이런 슬픈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올 겨울엔 고유가·고물가 여파로 다시 연탄을 찾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전년 9월 대비 30%가량 연탄 소비량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연탄값 등 난방비가 줄줄이 오르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살림에 또 멍이 들고 있다. 연탄 한 장에 403원하던 것이 이달 들어 489원으로 21%나 올랐고, 실내등유가격도 지난달 중순 ℓ당 972원에서 최근 995원까지 오르는 등 서민 월동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서민들의 연탄 등 연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저소득층에 연탄 인상분을 보조하는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연탄사용가구 27만 가구중 7만 가구만 혜택을 보고 있어 도움의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나마 언론에 기업과 시민단체 등의 연탄배달 봉사가 소개될 때마다 아직 이 사회가 훈훈하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줘 고마움을 느낀다. 양로원이나 고아원 등 사회복지시설이 올 겨울을 어떻게 보낼 지 걱정이 된다. 우리 사회에 남의 어려움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도우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만개, 함박눈이 돼 내리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