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신종플루와의 전쟁이 8개월째 접어들면서 계절독감 백신이 동이 나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신종플루에 올인하면서 계절독감 백신 생산이 중단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신종플루의 위력이 갈수록 세를 더해 행·재정력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지만, 독감 또한 고위험성으로 가벼이 여겨서는 뒷감당을 할 수 없게 된다. 치사율이 0.04% 내외로 신종플루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유의, 수요에 맞게 백신을 생산하는 데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함이다.

계절독감 백신난은 국내외 원액 공급업체들이 생산을 조기에 종료하고 신종인플루엔자 백신 생산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백신생산을 중단했다는 것은 필요로 하는 대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 인간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가 계절인플루엔자, 즉 독감이다. 백신생산을 조기에 중단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신종플루가 급한 것이 사실이지만 독감 또한 백신외엔 대책이 없어 예측량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며, 그 시기가 늦어지면 그만큼 위험이 뒤따르게 된다.

당장 필요한 것이 영유아 접종이다. 면역체계가 성숙하지 않아 4주 간격으로 두 차례 맞아야 하나 2차분 백신이 부족해 접종을 못하고 있다. 부모들이 찾아간 의료기관에서는 '백신이 없다'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병원은 "2차 접종을 받으려면 제약회사에서 직접 구해 오라"는 무책임한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고 한다. 나몰라라식 대응에 속타는 것은 대책없이 기다려야 하는 부모뿐이다. 책임도 현실감도 떨어지는 보건당국 및 의료기관의 준비 부족으로 인한 고통이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접종 시기를 놓쳐 항체를 얻지 못하게 되면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더욱이 대책을 마련치 않고 방기하면 국민적 불안감에 빠져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근본적으로 백신공급량을 확보하지 못한 보건당국은 책임을 통감해야 하며, 수요량 예측이 가능한 일선 병·의원도 의료기관으로서 대비에 소홀한 것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있어야 한다.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