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자살을 기도해 22일 숨진 정남규는 13명의 부녀자를 살해해 사형이 확정된 연쇄 살인범이다.

   `제2의 유영철'로 불렸던 그는 2004년부터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부녀자를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 이른바 `서남부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으로 시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당시 비슷한 수법의 살인이 비 오는 목요일에 집중발생한 탓에 `비 오는 목요일 괴담'과 함께 `서울판 살인의 추억'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그는 강남구 등에 비해 폐쇄회로(CC) TV가 적은 영등포구나 관악구 등에서 보안이 취약한 서민 주택 등을 범행 장소로 택했으며, 범행 도중 시민에게 체포돼 경찰에 넘겨진 뒤에도 한 차례 도주해 공권력을 우롱했다.

   모두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재판 과정에서 "사람들 많이 죽일 때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하는 등 범행을 전혀 뉘우치지 않아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는 항소심 재판에서도 "부자를 더 못 죽여 안타깝다. 빨리 사형을 집행해달라"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하는 등 사회 제도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법원은 그가 사회에 복귀하면 범행을 또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정에 대한 사형 선고는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이 정신질환을 지녀 의사 결정 능력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제기됐고, 재판에서는 그가 인격장애를 가진 것이 사실로 판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범행 당시의 정이 `심신장애' 상태였음이 인정되지 않아 2007년 4월12일 강도살인 혐의로 사형이 확정됐다.

   이후 그는 앞서 연쇄 살인으로 사형이 확정된 유영철과 마찬가지로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그는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사석에 돌진하는 등 끝까지 돌출행동을 했었던 것과는 달리 수형 생활이 시작된 이후에는 성경을 열심히 읽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은 사형이 확정된 지 32개월째인 21일 오전에 목을 매 자살을 기도, 근무자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22일 오전 2시35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그의 노트에서는 "현재 사형을 폐지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요즘 사형제도 문제가 다시…덧없이 왔다가 떠나는 인생은 구름 같은 것" 등의 메모가 발견돼 사형 집행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자살동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