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경제자유구역과 기능 중복
우리나라에는 총 6곳의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돼 있다.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등이다. 처음에는 인천과 부산·진해, 광양만권 등 세 곳이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지방 균형 발전을 이유로 서로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건의하면서 나머지 세 곳이 추가됐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 6곳의 경제자유구역의 기본구상이 정부가 최근 얘기하기 시작한 세종시 건설 구상과 중복된다는 데 있다.
세종시와 관련해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세종시에는 정부 대신 기업을 유치하는 쪽이다. 경제자유구역의 핵심 또한 기업이다. 인천은 다국적기업 아태본부와 국제업무 거점, 고도지식기반산업 클러스터, 국제공항·물류, 레저관광을 콘셉트로 한다. 부산·진해는 부산신항 거점 물류·국제업무, 첨단부품 소재 및 R&D, 여가·휴양·레저 등이다. 광양만권은 국제물류생산 기반을 갖추고 정밀화학, 신소재 등 서남권 생산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취지다. 다른 곳 역시 자동차 부품, IT, BT, 전자정보, 국제교육, 건강·의료, 게임, 패션 디자인, 항공, 조선, 신재생에너지 등을 특화전략으로 삼고 있다.
정부는 갑자기 며칠 전 이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취소를 검토할 수 있다는 '엄포'까지 내놨다. 경제자유구역이 실패한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전국에 지정한 경제자유구역 핵심 기능에 부합하는 기업들을 세종시에 몰아넣겠다는 쪽으로 가고 있다. 대외 신인도를 위해서라도 정부 정책이 몇년 사이에 이랬다저랬다 해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 세종시 하려면, 인천경제자유구역 규제도 없애야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전국 6곳의 경제자유구역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리고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전체 면적이 209.4㎢로 두 번째 규모인 부산·진해 104.8㎢의 두 배에 달한다. 당연히 투입되는 재원도 가장 많다. 2020년까지 들어갈 돈이 26조6천억원에 가깝다. 가히 천문학적인 규모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에 묶여 속도가 더디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시란 복병까지 만남 셈이다.
한 경제전문가는 "세종시는 국적을 불문하고 기업들에 막대한 특혜를 주는 유치전략을 쓰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인 전용단지란 타이틀을 붙여서는 안된다"면서 "너무 외국인 위주여서는 경제자유구역이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저런 수도권 규제에 발이 묶여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최근에는 분양가 상한제란 규제가 하나 더 생기면서 더욱 힘들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당장 송도국제도시 기반시설 추가 투자에 빨간불이 켜졌다. 외국인 친화적 정주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선 경제자유구역내 공동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교육기관 설립 자격 완화와 외국병원 유치를 위한 제도 개선, 개발부담금 면제 등의 정책이 하루속히 시행돼야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다른 경제전문가는 "60·70년대와는 달리 우리나라가 준선진국이 되면서 인건비 등이 크게 올라 외국인들은 공장을 설립하는 쪽에서 M&A 투자에 관심을 기울인다"면서 "경제자유구역에 양질의 기업이 많이 있어야, 자연스럽게 외국인의 자금도 몰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인천경제자유구역 진입을 막는 규제도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