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창극단의 왕기석 명창이 지난 23일 서울 백범기념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창작판소리 '백범 김구'의 비공개 시연 무대에 섰다. 고수는 김학용, 병풍그림은 임옥상이 그렸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경인일보=김영준기자]백범 김구 선생의 파란만장한 삶이 판소리로 제작됐다. 김구 선생이 올해 서거 60주기를 맞아 광대의 소리와 고수의 북 장단을 통해 되살아난 것이다. 김구재단(이사장·김호연)은 '창작판소리 12바탕 추진위원회'와 공동으로 백범의 나라사랑 정신을 판소리로 제작, 임시정부환국 기념일인 지난 23일 서울 효창동의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비공개 시연을 가졌다.

창작판소리 '백범 김구'는 연극연출가이자 국악인인 임진택이 직접 사설을 쓰고 무대의 예술총감독까지 맡았다.

3시간 분량으로 제작된 '백범 김구'는 1부 청년 역정에서 백범의 청년기 동학접주와 애국계몽 활동을 다뤘으며, 2부 임시정부에선 항일 투쟁과 좌우이념을 넘어선 통합정부 수립 등의 내용을 담았다. 마지막 3부 해방시대에선 남북한 통일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노력과 흉탄에 쓰러져 서거하기까지 백범의 삶이 담겼다.

'백범 김구'는 정통 판소리와 달리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 구조를 갖췄다. 분창과 입체창은 물론, 관객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다양한 형식을 선보였다.

백범과 인천의 인연도 사실감있게 묘사됐다. 명성황후 시해자를 살해한 죄로 인천 감영으로 압송된 백범을 고종 황제가 직접 전화를 걸어 사형 집행을 정지시키는 장면은 단중모리 장단을 통해 긴장감있게 전달됐다. 아니리를 통한 광대의 부연 설명도 당시의 상황을 잘 알려줬다. 경성과 인천간 전화가 백범 사형 집행 사흘 전에 가설되었으며, 이 전화가 없었으면 백범의 삶은 당시에 끝났다는 것.

김호연 이사장은 "백범 김구 선생님의 삶이 우리말과 글의 판소리를 통해 제작돼 더욱 뜻깊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임진택 총감독은 "소재는 비장하지만 해학과 풍자 등 판소리다운 내용과 표현 양식을 개발해 선보였다"면서 "옛 소리를 바탕으로 하되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양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