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시 일동면 유동1리 인근 골프장에서 날아든 수 천개의 골프공들.
[경인일보=포천/최원류기자]"언제 골프공이 날아올지 몰라 불안해 못살겠어요."

포천시 일동면 유동1리 주민들은 매일 대문을 나설 때마다 불안하다. 골프공에 맞아 자동차 보닛에 자국이 나는 것은 예삿일이고 일부 주민은 공에 맞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제 지붕에 골프공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는 것도 이골이 났다.

26일 오전 9시 유동1리. 70여 가구가 모여사는 이곳은 건강이 좋지 않아 요양차 거주지를 옮긴 사람들이 상당수다. 하지만 이들은 매일 불안에 떨며 살고 있다. 불안한 생활은 2년전 인근 일동레이크 골프장이 국제규격에 맞춘다며 증설공사를 벌이면서 마을과 경계를 이뤘던 20여m 높이의 산을 깎아버린뒤 시작됐다. 마을과 골프장이 바로 마주보게 됐고 일부 가옥들은 골퍼들의 말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주민 A씨는 "예전에도 골프공이 한두개씩 집안으로 날아들었지만 공사를 벌인 후 더 심해졌다"며 "최근에 승용차가 골프공에 맞아 자국이 났지만 입증할 길이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면서 그동안 집으로 날아든 골프공을 모아놓은 것이라며 쌀자루를 들고 나왔다. 수천개 가량 되어 보였다. 집집마다 이정도 양의 골프공을 모아놓고 있다는게 A씨의 설명이다. 또 "마을 뒷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골프공에 턱을 맞았다"는 한 주민은 골프공을 경기보조원에게 돌려주고 "병원에 가자"는 골프장측의 권유도 마다했다고 했다. "이웃인데 참고 살아야지"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주민들은 골프장 측에 반기를 들었다. 골프장측 태도 때문이다. 골프장 측이 지난 5월 논 정지작업을 하면서 라디오를 틀었던 주민 김모씨를 "시끄럽다"며 업무방해로 경찰에 고발한 것. "농사 지으면서 라디오 듣는 것도 죄가 되냐"고 항변한 김씨는 결국 무혐의 처리됐다.

이 일을 계기로 주민들은 그동안 참았던 분노가 폭발,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주민 100여명은 지난 22일에 이어 28일 집회를 갖고 대책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김수남 주민대책공동위원장은 "골프장측의 적반하장격 행위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골프장 관계자는 "(주민들이)땅을 매입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자 앙갚음하고 있는 것"이라며 "주민 피해 보상으로 2억원을 요구하는데 들어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