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가면서 세밑 정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국회 예결위가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정상 가동됐지만 여야는 8일 최대 쟁점인 4대강 사업 외에도 세종시 수정과 미디어법 재논의 등 정국 현안을 놓고 현격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날 선 대치를 이어갔다.

   특히 야권이 `대운하 예산' 저지와 세종시 원안 추진을 위한 정책연대를 맺고 여권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나선 데 대해 한나라당이 예산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정치 공세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히고 나서 정국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수자원공사에 배정한 4대강 예산을 대운하 사업비로 규정, 전액 삭감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모든 야당과 시민단체와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이 문제에 가장 직접적 책임이 있는 정종환 국토부 장관이 스스로 이런 부분을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는다면 해임건의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기국회에 예산을 통과시켜 서민경제 회복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랐지만 제대로 안돼서 안타깝다"면서 "4대강 예산에 대해 야당은 정략적 발목잡기를 그만두고 빨리 통과시켜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안 원내대표는 특히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예산이든 법안이든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혀 단독 처리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력히 시사했다.

   4대강 논란이 출구를 찾지 못하는 와중에 검찰의 한명숙 전 총리 수사가 또다른 뇌관으로 급부상하면서 정국의 향배를 더욱 가늠키 어렵게 하고 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검찰의 명백한 정치공작이자 야당 탄압으로,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못 나가게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며 "모 실세 정치인의 비호하에 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한상률 전 국세청장부터 소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진 정치공작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집권 여당의 (공성진) 최고위원 수사는 당연한 것이고 야당 인사 수사는 탄압이라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사건 때마다 정치탄압이라고 한다면 새롭게 태어나는 검찰을 정치검찰로 모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복수노조 허용을 유예하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노동관계법 개정안도 여야간 이견 속에서 국회 상임위 논의절차에 들어가면서 정치 쟁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노사정 논의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빠진 점을 들어 합의안이 무효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민노총이 한 치의 양보 없이 협상을 거부한 것이라며 이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신상진 정책조정위원장은 "법안에 대해 야당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노사 산업현장에 혼란을 더이상 야기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했으나 추미애 환노위원장은 "다자간 협의체에서 충분히 논의한 뒤 단일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법안 논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맞섰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를 둘러싼 파행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되풀이되면서 정국 혼돈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