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최근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인천 굴업도의 '오션파크(Ocean Park)관광단지 지정안'에 대해 심의를 보류했다. 환경 파괴와 맞물려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던 굴업도 문제가 새 국면을 맞으면서 '오션파크 관광단지 지정안'이 향후 심의에서 부결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이장협의회가 10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가 불가피하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기상악화로 여객선 운항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고용창출 등 관광단지 지정에 따른 개발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굴업도 관광단지 조성에 대한 찬성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굴업도 관광단지 조성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굴업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가지 우려가 앞선다. 핵폐기장 문제로 진통을 겪었던 1995년 굴업도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당시 주민들은 핵폐기장 유치를 둘러싸고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애경사도 외면하기 일쑤였다. 정부가 굴업도 일대에서 활성단층의 존재가 최종 확인됐다는 이유로 굴업도 핵폐기장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후에도 후유증은 상당기간 지속됐다. 당시 섬 안팎에서는 수십년은 지나야 갈등이 치유될 것이라는 자조섞인 말까지 떠돌았다. 결국 '주민수가 적어 반발이 거세지 않을 것'이라는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수립된 섣부른 정책이 아름다운 섬마을에 큰 상처를 남긴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식의 과민반응일 수도 있지만 지금 굴업도의 모습은 1995년 당시와 여러 모로 닮아 있다. 다른 점을 꼽으라면 갈등의 제공자가 당시에는 정부였으나 지금은 민간사업자라는 것 정도다. 사실 인천에서 이같은 갈등 양상을 빚고 있는 곳은 굴업도 뿐만이 아니다. 인천의 진산이라 불리는 계양산에서도 골프장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더 이상 인천에서 극심한 후유증이 예견되는 소모적 갈등은 없어야 한다. 서로의 입장과 의견을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사회의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정책당국과 민간사업자들은 주민간 갈등이 증폭되는 일이 없도록 책임있는 자세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