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초기에 전남의 대불공단 전봇대가 화제가 된 이후 대한상의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기업들의 규제개선창구인 '민간합동규제개혁추진단'을 운영한 결과물이다.
화물운송에 걸림돌이 되는 길가의 전봇대를 놓고 관련기관이 수개월 동안 공방을 벌여도 해결되지 않던 전봇대 문제가 대통령인수위가 나서면서 이틀만에 뽑혔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우선 건의 수용률이 크게 달라졌다. 2008년 44.8%였던 건의 수용률은 올해 71.2%로 높아졌다. 규제전봇대를 유형별로 보면 입지규제가 78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건설(66건), 환경(57건), 금융·세제(55건) 순이었다.
감상열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제 19차 회의에서 "앞으로 현장에서의 규제개혁 체감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며 "내년부터 기업들의 개별 피해 구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의지와 노력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업들도 정부의 규제완화 노력에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을 놓고 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동안 숱하게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쇠귀에 경읽기'식이다. 21세기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삼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경제자유구역'은 법 제정 과정에서 특별법의 지위를 얻지 못해 각종 관련법에 가로막혀 좌충우돌하고 있다. 선발주자인 '인천경제자유구역'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서 잇따라 경제자유구역을 양산해 힘을 분산시키고 있다.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황해, 새만금·군산, 대구·경북 등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청장들은 수시로 공동건의문을 내고 있지만 해결이 안되고 있다. 지난달 6개 경제자유구역청장들은 외국교육기관 설립 주체를 비영리 외국학교법인에서 외국인과 국내 학교법인까지 확대하고 잉여금의 해외송금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경제자유구역내 영리목적의 외국의료기관을 설립, 운영하는데 필요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외국의료기관의 외국인 투자비율을 30%로 낮춰줄 것을 건의했다. 이외에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기반시설비 전액을 국비 지원해 줄 것, 각 부처에 분산돼 있는 기반시설 지원사업을 지식경제부로 일원화할 것 등도 주문했다.
더욱 이해가 안되는 것은 경제자유구역이 비수도권 산업단지에 비해 각종 부담금 감면 혜택에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자유구역의 산업단지는 농지보전부담금, 대체산림자원 조성비 등의 부담금을 100% 감면받는 비수도권 산업단지와 달리 절반만 혜택을 보고 있다. 과도한 부담금은 국내외 투자유치 활동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뿐아니라 조성원가 상승을 유발시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기환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경제자유구역 공동주택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의 법안은 국회 계류중이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민간 사업자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속출하는 등 경제자유구역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판단에서 이 문제는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경제자유구역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담은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2010~2013년)을 마련했다. 그러나 점점 선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시점이어서 국회에서 법 개정이 통과돼 시행이 되기까지 또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장담할 수 없다. 제때에 규제전봇대를 뽑지 못해 경쟁력을 상실한 경제자유구역이 될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