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이현준기자]인천지하철 차량정비 기술자로 10년 가까이 일해 온 A(45)씨. 그는 지난달부터 자신이 갖고있는 기술과는 상관없는 또다른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인천지하철공사(현 인천메트로)가 차량정비 계약 업체를 바꾸면서 47명의 동료들과 함께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8년 넘게 자부심을 갖고 일해 온 그에게 고용 승계는 없었다. 이로 인해 그의 아내와 노부(老父)는 일터로 나서야 했고, 두 명의 자식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매일, 이른 아침 출근해야 하는 바쁜 생활. 하지만 더이상 '숙련된 기술자'가 아닌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자괴감'이 더 크다. 이 때문에 그는 아직까지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가족에게조차 정확히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사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또다른 슬픔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천지역 지자체 산하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간접 고용된 비정규직들의 고용 승계를 위한 조례제정 움직임이 지역 노동계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시설관리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이하 인천본부)는 "인천시의 조례적용 대상이 되는 인천지역 지자체 산하 공기업, 공공기관의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의 고용을 보호하는 조례 제정 사업을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인천지역의 공기업, 공공기관의 용역 관련 조례에 '간접고용 직원이 근무기간 동안 별다른 잘못이 없을 경우, 고용을 승계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하자는 것이 이번 사업의 골자다.

인천본부는 이를 위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는 인천지역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의 실태를 조사하고, 주민 발의 등 형식으로 조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이번 조례 제정에 힘쓸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인천본부는 "경제 논리만으로 계약직과 외주화를 남용하고 있는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행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법 제도와 정부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인천지역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을 위한 첫걸음에 많은 성원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말했다.